Fendi의 새 디지털 플랫폼 ‘F is For …’의 아트 프로젝트 ‘The Ring of The Future’

이탈리아의 저명한 패션 하우스 펜디(Fendi)는 작년 자사의 공식 웹사이트 내 ‘F is For …’라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공개했다. 밀레니엄에서 이어지는 음악과 예술, 라이프 스타일의 범주에서 더욱 새롭고 멋진 움직임을 선보이려는 펜디의 새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하위문화를 발견하고 지금의 시대정신을 쫓기 위해 노력한다. 펜디는 지난 1년간 ‘F is For …’의 성공적인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여섯 명과 함께 ‘미래’를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영국과 이란, 미국, 홍콩,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출발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는 로마에 위치한 펜디의 본사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Palazzo della Civiltà Italiana)의 옥상에 경계 없는 예술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협력했다. 한국 스트리트 아티스트 조대(Jodae), 영국의 개리 스트레인저(Gary Stranger), 이란의 케이브(Cave), 미국의 힐렐 스미스(Hillel Smith), 홍콩의 로즈(Rose), 일본의 캐스퍼(Casper)까지. 이 모두는 펜디 본사의 꼭대기에 ‘The Ring of The Future’라는 노란색의 거대한 원을 그린 후 각자 모국의 언어로 저마다의 ‘미래’를 새겼다.

 

펜디의 초청에 응한 한국 스트리트 아티스트 조대는 그래피티로 이름을 알린 후 동양의 문양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스타일리쉬한 작품을 꾸준히 그리고 있다. 이번 펜디가 제안한 ‘The Ring of The Future’에서도 단순하지만, 힘 있는 그래픽으로 자신과 한국의 뿌리를 명확하게 그려냈다.

한국어와 영어, 아랍어, 일본어 등 갖가지 개성을 가진 언어로 이루어진, 국경의 넘어선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작품은 티셔츠로도 제작되어 판매중이다. 1925년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린 후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패션 하우스 펜디가 제안하는 미래는 과연 어떤 풍경일지. 펜디의 새로운 발걸음 ‘F is For Fendi’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자. 아래는 이번 ‘The Rinf of The Future’ 프로젝트로 한글의 멋을 알린 아티스트 조대와의 간단한 문답이다.

F is For … 공식 웹사이트
JODAE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펜디의 이번 프로젝트 ‘The Ring of The Future’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인스타그램으로 내 계정을 팔로우하던 이태원(Itaewon)이라는 친구가 한국인 아티스트를 찾던 에이전시에게 소개해주었다. 이태원은 실제로 이태원에 살았고 클럽 베뉴(Venue)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우리가 즐겨 놀던 이태원이라는 이름 덕분에 그에게 호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후 실제로 만나 보니 한국을 좋아하는 청년이었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느꼈던 대부분의 외국인 남성은 한국에 오면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굳이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 하지 않는 쪽이 대다수였다. 백인 남성이라는 이유로 한국 여성에게 호감을 사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고,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인의 배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를 못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멍청한 외국인을 볼 때 양키 고 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타국의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는 외국인에게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최근 다양한 패션 하우스, 소위 명품 브랜드가 스트리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대형 브랜드는 마케팅의 목적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몇 년 새 성장한 거리문화에 대중이 관심을 보이니 아무래도 쉽게 노출되는 장점이 있다. 자연스레 이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 역시 많아졌다. 하지만, 문화가 다소 상업적이고 대중성을 지향하며 아티스트가 그저 브랜드의 소스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협업이라고 좋게 포장하지만 페이를 대충 퉁치거나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불만이 많았다. 친하니까? 좆같은 소리 그만하길 바란다. 이런 문제는 내 위의 형들도 느꼈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도 느끼고 있다. 아티스트를 존중하려면, 그만큼의 적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면 좋겠다.

 

세계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여섯이 펜디 본사의 옥상에 거대한 벽화 작업을 진행했다. 일종의 협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작업을 진행하며 느낀 바가 있다면?

각기 다른 나라의 사람이 모여 자기 나라의 언어로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표현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좋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정보의 교류가 쉬워졌고, 그만큼 쏟아지는 정보를 쉽게 접하고 서로 영향받는 부분이 많아졌는데, 유행을 따라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 역시 보인다. 정체성 없이 어디서 본 그림을 베껴 마치 자기의 그림인 양 떳떳하게 숨 쉬고 계시는 분을 자주 목격한다. 아무래도 대중에게는 익숙한 그림에 반응을 보이니 쉽게 관심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정체성 없이 어디서 보던 유행의 요소가 아니라 내 나라의 언어로 시원하게 한방 박아서 기분이 좋다. 이번에 초청한 아티스트는 모국어로 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작업적인 부분이 잘 통했고 작업도 즐거웠다. 역시 정체성을 지키면서 작업하는 길은 험난하지만 뿌듯한 결과를 주니 내가 생각하는 길을 뚜렷하게 밝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작업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함께 작업한 몇몇 사람과 작업이 끝난 뒤에 로마의 거리로 나갔다. 스프레이로 이름을 남기고 그것을 기록하던 중에 이란 친구가 경찰에 노출되어 도망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다. 우리는 자리를 피했고, 시간이 지난 뒤 별 탈 없이 합류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친구는 경찰에게 자신이 펜디에 일하러 온 사람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때마침 스프레이 가방이 펜디 쇼핑백이어서 설득력이 있었지. 한국에도 이런 문제가 있을 때 학생이라고 이야기하면 봐주는 사례가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그 브랜드 네임만으로 쉽게 넘어가는 게 재미있었다.

 

미래에 전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조대의 메시지는?

미래에도 이루려는 바를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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