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기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를 두고 세계 각국의 감독, 평론가들이 투표를 진행하는 영국 영화 협회 소속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and Sound)’는 지난 2022년 12월 새로운 리스트를 발표했다. 샹탈 애커만(Chantal Akerman)의 “잔느 딜망(Jeanne dielman)”이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킨 이번 투표에서 한 유명 평론가가 사칭을 당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주인공은 프랑스의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ema)’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국내에도 그의 저서가 상당수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영화학자 자크 오몽(Jacques Aumont)이다. 지난 3월 4일 그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번 사이트 앤 사운드에 공개된 리스트는 도용된 것이며, 그는 해당 잡지에 투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칭범이 사이트 앤 사운드 측에 보낸 10편의 영화 리스트는 꽤 그럴듯한 동시에 파격적이다. 리스트에는 희대의 명작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의 “대부(The Godfather)”부터 실험음악 작곡가이자 실험영화감독인 미셸 시옹(Michel Chion)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 “Eponine”까지 포함되어 있다. 자크 오몽이 직접 골랐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안목이다.
아마 자크 오몽이 사칭범의 선택에 분개한 이유는 리스트 안에 그가 절대 보지 않았을 것만 같은 “빅 마마 하우스 3(Big Mommas Like Father, Like Son)”와 “도시 속의 인디언(Little Indian, Big City)” 작품을 포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심지어 사칭범은 이 영화를 두고 ‘길티 플레저같은 영화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자크 오몽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를 사칭한 익명의 누군가가 고른 그럴듯한 영화 10편은 여전히 사이트 앤 사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자크 오몽 사칭범의 역대 가장 위대한 영화 리스트 10편
1. The Godfather(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72)
2. Eponine(미셸 시옹, 1984)
3. La Haine(마티유 카소베츠, 1995)
4. Big Mommas Like Father, Like Son(존 화이트셀, 2011)
5. 3X3D(피터 그리너웨이 & 장 뤽 고다르 & 에드가 페라, 2013)
6. West of the Tracks(왕빙, 2002)
7. GOOD BYE, LENIN!(볼프강 벡커, 2003)
8. Little Indian, Big City(허브 팔루드, 1994)
9. The Comic Adventures of Max and Leon(조나단 바레, 2016)
10. Les dents de ma mère(장 크리스토프 부베, 1991)
이미지 출처 │Facebook, World of Re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