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키보드의 타이핑 소리를 녹음한 음반, [Mechanical Keyboard Sounds]

멤브레인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 랩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팬터그래프 키보드, 애플이 개발한 버터플라이 키보드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키보드까지. 키보드의 종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각종 키보드는 모두 ‘타이핑’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물건이다. 그리고 타이핑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도서관에서 랩톱을 두드리다 따가운 눈총을 받아본 적 있는가. 이러한 경험을 줄이기 위해 많은 키보드 회사가 노력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계식 키보드의 유행을 보면 타자의 타격감과 소리를 잊지 못하는 이도 많은 듯하다.

이러한 키보드 타자 소리가 음반으로 만들어졌다. 메탈 그룹 배드 가이(Bad Guys)의 멤버 퓨처크라임(Futurecrime)이 트렁크 레코드(Trunk Records)의 파운더 조니 트렁크(Jonny Trunk)에게 기계식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영상을 보내줬고, 조니 트렁크는 이를 곧장 음반으로 만든 것이다. 트렁크 레코드는 이 음반을 ‘Early Electronic / Soundtracks’이라는 장르로 명명했다.

조니 트렁크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음반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퓨처크라임이 보낸 영상을) 클릭하자마자 확 빠져들었다.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그저 타이핑하는 손을 클로즈업한 영상이었다. 키보드가 정말 예뻤고, 소리는 마치 ‘Whisper Porn’─ 한국에서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라고 불린다 ─ 처럼 들렸다”라고 적었다.

[Mechanical Keyboard Sounds]의 제작 및 녹음은 태하 타입(Taeha Types)이 담당했다. 태하 타입은 사이드 1과 사이드 2에 총 12개의 키보드 타이핑 소리를 녹음했다. 그 다양성이 경이롭다. 애플의 80년대 제품부터 메카니스크(Mekanisk)에서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프로게이머를 위해 만들어진 Fjell 키보드까지, 약 40년간의 키보드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Mechanical Keyboard Sounds]의 바이닐 언박싱 영상

[Mechanical Keyboard Sounds]는 붐캣(Boomkat) 공식 웹사이트에서 음반 샘플을 듣고 음원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 음반에 관심이 생겨 붐캣까지 접속한 독자가 있다면, 이 음반에 음악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자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현대 미술 전시에 가서 작품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고민하듯이 말이다.

Boomkat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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