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새 앨범 [DON’T THINK TOO MUCH] 발매

레이블 슈퍼프릭레코드(SuperFreak Records)를 이끄는 뮤지션 진보(Jinbo)가 16일 자신의 세 번째 정규 앨범 [DON’T THINK TOO MUCH]를 발매했다.

진보는 한국에서 알앤비라는 장르를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아티스트라 말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한국 알앤비, 대중가요를 망라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 [KRNB] 시리즈를 통해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고, 슈퍼프릭 레코드를 설립한 이후로 [Fantasy]를 발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R&B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꾸준히 수많은 힙합 아티스트와 케이팝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하며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본작 [DON’T THINK TOO MUCH]는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진보가 그간 지니고 있던 어떠한 부담감을 버리고 ‘깊게 생각하지 아니하며’ 스스로가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낸 작품이다. 앨범의 연결성을 고려한 이전 작품과 달리 다른 장르의 요소를 자유롭게 담아냈는데, 이것은 기존의 팬이 인지하는 진보라는 캐릭터 개인의 정체성을 넘어 본연의 자신을 진지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성을 드러낸다. 그는 앨범 소개에 각 트랙에 관한 곡 소개를 짧고 재치있게 적어놓기도 했다.

첫 곡 “사랑꾼”은 스윙 재즈 스타일의 피아노 루프와 블루스 록을 신선하게 접합하며 앨범의 시작을 알린다. 소개글에는 ‘열다섯 살 때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재능을 산 이야기’라고 밝혔는데, 이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불멸의 재능을 손에 넣었다는 블루스의 전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일화를 투영한 것으로 과거에서부터 쌓아온 그의 자신감과 현재 모습에 대한 진단이 담겨있다. “Don’t Think Too Much”에서는 자신이 밝힌 대로 머리와 몸이 말을 듣지 않는 혼란한 상황을 긴박하게 쪼개지는 드럼앤베이스 스타일의 비트 속에서 노래한다.

이후 수록곡은 이성보다는 감각으로 늘어놓은 듯, 다양한 주제와 장르가 어떤 흐름과 상관없이 병렬적으로 배치됐다. 유부남 찬가의 콘셉트가 재미있는 알앤비 트랙 “Baby”, 진보와 런던 출신의 피닉스 트로이(Phoenix Troy)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Bed Shaker”, 역시 드럼앤베이스의 요소가 가볍게 섞인 곡 위에 진보가 랩을 구사하는 “Houston”, 넵튠스(Neptunes) 스타일의 건조한 드럼 위에 저스디스, 호림, 쿤디판다, 스윙스 등이 힘을 합친 단체곡 ‘Coolest Fire Ever” 등이 이어진다.

이어서 관능적인 트랩 곡 “해주면 돼”, 전형적인 한국 발라드곡 “눈을 감아도”, 싱코페이션이 돋보이는 신스 리프 위에서 LA 출신 디지털 데이브(Digital Dav)가 함께 노래한 “갈매기”, 매우 초보적인 라이밍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탁월히 요약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랩 곡 “비싸/백년지기”, 밴드 인터넷(The Internet)의 전 멤버였던 킨타로(Kintaro)와 함께 싸이키델릭한 인스트루멘털로 분노와 경고를 표현한 “잊어버려”, 신스 사운드가 깔린 ’90년대 그루브 스타일’의 곡으로 독립적인 여성에게 경의를 표하는 “Miss Thang” 등 개성으로 무장한 곡이 연달아 나온다.

본작은 전체적으로 알앤비라는 커다란 축을 잡고, 드럼앤베이스와 넵튠스 스타일 사운드를 주로 활용한 곡, 트랩이나 발라드 등 장르의 전형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곡을 조화롭게 전시해 청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곡만큼이나 다양한 아티스트의 참여도 진보의 독특한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좀 더 살펴보자면, 진보가 앨범 소개글로서 곡마다 핵심적인 코멘터리를 세심히 달아 놓았듯, 본작은 철저한 자기 고백과 자아 표현의 산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후반부 트랙에서는 ‘자기와 타인에 대한 사랑’, ‘가치 판단의 균형감각’ 등의 메세지를 청자를 향해 직접적인 어조로 표현한 구절도 보인다. 본작은 [DON’T THINK TOO MUCH]라는 제목 그대로 진보로서는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솔직한 얘기와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앨범’임과 동시에, 리스너에게는 약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앨범이기도 한 것이다. 본인의 삶과 인생관을 무겁지 않고 덤덤하게, 그러면서도 꾸밈없이 다양한 음악에 담는 데서 베테랑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그간 그의 단독 음반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속살을 드러낸 커밍아웃 앨범’으로 2019년의 끝자락을 색다르게 마무리해보면 어떨까.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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