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엠비언트 테크노의 근간, Global Communication의 [76:14] 재발매

2인조 전자음악 그룹 글로벌 커뮤니케이션(Global Communication)의 구성원 마크 프리처드(Mark Pritchard)와 톰 미들턴(Tom Middleton). 이들의 드라마틱한 만남은 1990년 영국 서머싯주 톤턴에서 펼쳐진 어느 작은 파티에서 이뤄졌다. 당일 디제이로 시간을 할애받은 마크 프리차드는 호주 출신, 서머싯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디제이, 프로듀서였고 이날은 시카고 애시드 하우스, 뉴욕 개러지, 디트로이트 테크노 등을 선곡했다. 그리고 마크의 선곡에 감탄하여 턴테이블을 기웃거리던 톤턴 대학생, 바로 톰 미들턴이다. 그는 콘월반도 출신으로 당시 무명이었던 리처드 D. 제임스(Richard D. James, AKA Apehx Twin)와 함께 전자음악을 제작하며 디제이도 겸임한 인물 ━이듬해 에이펙스 트윈의 데뷔 EP [Analogue Bubblebath]에 참여했다━. 콘월에서 톤턴으로 이주한 이유는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위해서였다.

평소 텐저린 드림(Tangerine Dream),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장 미셸 자르(Jean-Michel Jarre) 등의 최소주의적 전자음악을 좋아하던 둘은 음악을 통해 친해졌고, 라이브러리 공유를 넘어 디제잉과 곡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톰은 마크의 솔로 프로젝트였던 리로드(Reload)에 합류하며 동시에 레이블 ‘에볼루션(Evolution)’을 설립하는 한편으로 당시 영국 내에서도 수요가 작았던 엠비언트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역시 논의했다고.

성별, 연령, 인종, 언어, 종교를 뛰어넘어 친구, 가족, 연인과 공유할 수 있는 청취적 경험을 목표로 논의한 끝에 1992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결성, 이들은 오늘날 에이펙스 트윈, 오브(The Orb), 퓨처 사운드 오브 런던(The Future Sound of London)과 함께 90년대 엠비언트 테크노의 근간으로 불린다. 특히나 이들의 1994년 릴리즈 [76:14]는 손에 꼽히는 명작이다.

이름 그대로 76분 14초간 흘러가는 앨범은 상상력을 요한다. 과거 12인치 싱글에 담았던 “Ob-Selon Mi-Nos”와 “Funk In The Fridge” 등이 다시 한번 수록됐으나, “14:31”, “8:07” 등 시간 단위 길이로 특정되어 과거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알파벳 G, C로 귀를 형상한 커버아트 또한 청취와 동시에 상상력이 발휘될 때 온전히 앨범을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지.

가벼운 마음으로 76분 14초를 흘려보길. 듣는 순간 즉각 떠오르는 특정 공간, 이를테면 우주나 심연, 혹은 클럽이나 어둑한 자신의 방 어디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의도한 지점이다. 지난 1월 17일엔 뮤직 온 바이닐(Music on Vinyl)에 의해 15년 만에 바이닐로 재발매되기도 했으니, 턴테이블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Tom Middleton 인스타그램 계정
Mark Pritchard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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