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ots의 Malik B.가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다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그룹 루츠(The Roots)의 창립 멤버로서 블랙 소트(Black Thought)와 함께 굵직한 라인을 써 내려간 래퍼, 말릭 비(Malik B.)가 7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지금 루츠의 위상이 어느 정도까지 대중음악 신(Scene)에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10~20대가 느끼는 루츠라고 한다면 왠지 레이트 나이트 쇼의 무대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이는 드러머 퀘스트러브(Questlove)가 속한 독특한 밴드 또는 과거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대표주자 그리고 블랙 소트라는 걸출한 래퍼 정도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힙합을 90년대부터 들어온 올드 팬 또는 유튜브나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의 큐레이션을 통해 루츠의 문을 두드린 적 있는 리스너라면 그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주조한 숱한 앨범들에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을 터. 루츠는 1987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현역으로서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힙합 그룹이자 앨범을 거듭할 때마다 계속해서 변화의 동력을 이끌어 낸 장인들이다.

굳이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루츠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칭할 수 있는 멤버는 물론 퀘스트러브와 블랙 소트였고 말릭 비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다른 멤버들에게 양보해야 했다. 그러나 [Do You Want More?!!??!]을 자근자근 씹어먹듯 돌려 들었던 마니아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Mellow My Man”에서 흐르던 블랙 소트와 말릭 비의 조화로운 언어를. 완벽한 듀오처럼 느껴졌던 파이프 독과 큐팁, 또는 모스뎁과 탈립콸리처럼, 지금보다 90년대 당시에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2인조 양상의 벌스 주고받기는 래퍼 각자가 준비한 비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경합처럼 때로는 일종의 임프로비제이션처럼 뒤섞이며 독특한 긴장과 하모니를 만들어낸 화학작용으로, 다음 세대의 래퍼들에게 오랜 영감으로 작용할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루츠 안에서 블랙 소트와 말릭 비의 열정적인 경쟁 또한 말릭 비의 죽음으로써 흘러간 역사에 기록될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수많은 뮤지션들은 필연적으로 죽고 언제나 새로운 세대는 조명을 받는다. 말릭 비의 죽음은 또 다시 새 시대의 출현을 예고한다. 그렇다면 지금 소중한 각자의 일상 속에서 뮤지션을 향한 최선의 애도라고 한다면 그가 남기고 떠난 결과물을 잠시 음미하는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닐까 한다. 하단에는 루츠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팬들에게 전하는 말과 함께 말릭 비가 참여한 루츠의 곡들을 실었다.

“참으로 비통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여러분에게 이 소식을 전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루츠의 영원한 멤버, 말릭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열정적으로 두드린 그의 음악은 물론, 말릭의 따뜻한 형제애 그리고 수년간 이슬람에 끊임없이 헌신한 그의 모습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에 누구보다 힘들어할 말릭의 가족과 지인을 부디 존중해 달라”.

The Roots

The Root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The Roots – Proceed
The Roots – Mellow My Man
The Roots – Clones
The Roots – The Spark

사진 출처 │ The Estate of Mpozi To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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