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이옥경, 다사다난했던 2020년에게 바치는 작별인사, “Winter Solstice Mix”

1623년 이후 약 400년 만에 목성과 토성이 서로 가장 근접한 거리에 도달했다. 2020년 12월 21일, 지구에서 바라보는 하늘에는 두 행성이 완벽히 겹쳐져 하나의 거대한 밝은 별로 빛났다. 정성술사들은 이 같은 현상을 ‘대접근(the great conjunction)’이라고 부르며, 자유, 평화, 우애를 상징하는 ‘물병자리의 시대(Age of Aquarius)’로 변화하는 시기와 함께 이루어져 더욱 의미 있는 날이었다고 한다. 또한 12월 21일은 지구의 북반구가 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1년 중 가장 긴 밤을 보내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쫀득한 새알심이 들어있는 팥죽을 먹으면서 액운을 막는 날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바라본 목성과 토성의 대접근

신비로운 기운을 품은 올해 동지를 맞이하여 첼리스트 이옥경은 베를린의 음악 마케팅 에이전시 일렉트로닉 비트(Electronic Beats)를 통해 “동지(Winter Solstice)” 믹스를 공개했다. 이옥경은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이며 어느 특정 장르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고 특유의 강렬한 예술 퍼포먼스와 실험적 음악성으로 다양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21세기의 음악가다. 일렉트로닉 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옥경은 “다음 해가 오기 전, 올해가 가져온 모든 고통과 실연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떠한 청작적 의식(Aural Ritual)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계기를 설명한다.

Winter Solstice Mix by Okkyung Lee

한국 전통 국악, 재즈, 클래식 등 다채로운 장르를 거치는 “동지” 믹스는 어둠 속에 뒤덮였던 2020년에 마땅한 애도를 표하며, 동지가 지나 어둠보다 빛이 증가하는 날들의 시작을 향한 희망을 12개의 선곡으로 이야기한다. 

친숙한 장구 소리와 함께 대금 연주가 인상적인 원장현의 “꽃상여”부터 왕가위 감독의 1997년 영화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에서 장국영과 양조위의 아련한 사랑이 환영처럼 떠오르는 카에타노 벨로소의 “Cucurrucuru Paloma” 그리고 묵직한 중저음의 첼로 연주를 지나 청량한 피아노 선율을 선사하는 빌 에반스(Bill Evans)의 “Peace Piece”, 언제 들어도 매혹적인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와 니나 시몬(Nina Simone)의 노래까지, 이옥경은 공허한 겨울날을 음악으로 채운다. 

평정심 또는 과거의 일상적인 풍경을 찾기 힘들었던 2020년도 무심히 끝을 향해간다. 코로나를 시작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은 우리가 예상했어야 할, 지난 몇 년간 방치되었던 원망과 불평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극히 냉랭한 현실과의 직면이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한꺼번에 몰아쳐 악몽 같은 날들에서 무사히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장 깊은 밤도 홀연히 지나가듯 2020년의 혼란에서 더욱 끈끈해진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 어디에선가 피어나고 있다면 감상적인 말일까.

올해가 지나기 전, 마스크를 쓰고 산책하거나 따뜻한 이불속에 파묻혀 이옥경의 “동지” 믹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며 잠시나마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길 바란다. 방대한 우주 속 이번 대접근이 불러온 새로운 상징적 에너지에서 우리들의 공존을 위해 무척이나 필요한 희망, 용기, 치유 그리고 긍정적 투지를 찾을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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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Electronic Beats, @gm_astrophotography
믹스 출처 |
Electronic B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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