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뼈 굵은 프로듀서, Joy Orbison의 정규 프로젝트 앨범, [Still Slipping vol. 1] 발표

정규 앨범 한 장 내지 않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영국 댄스 음악 신(Scene)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프로듀서/DJ 조이 오비슨(Joy Orbison)이 마침내 [Still Slipping vol. 1]이라는 이름의 정규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다. 해당 앨범은 본인이 선호하는 ‘믹스테잎’이라는 성격에 더 부합하는데, 그것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밝혔듯, “댄스 음악은 언제나 받침대 위에 고정된 인상이다. 그러나 힙합 믹스테이프에는 더 큰 에너지와 흥분이 있다. 이것은 아주 신선하고 소박하게 느껴진다”라는, 좀 더 열린 작업 환경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

앨범을 찬찬히 살피자면 그 의도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명확한 콘셉트를 설정하고, 한 곡 한 곡 꾹꾹 눌러 담은 웰메이드 앨범이 아닌, 마치 커리어의 한 분기를 정리하는 자유로운 에세이집, 또는 미완의 스케치 모음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 락다운 이후 숱한 뮤지션이 고립된 환경에서 각자의 영감으로 앨범을 쏟아낸 사례들처럼 그 또한 해당 프로젝트를 추동한 요인으로써 소소한 일상의 그리움과 코로나 이전 호시절을 향한 노스탤지어가 작용했을 터. 조이 오비슨은 장르의 날을 세우기보다도 자신이 흘러온 시간을 기분 좋게 명상하는 것마냥 그때 그때 떠오른 듯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여기에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한 기록물을 곳곳에 입힘으로써 적정한 균형감을 유지했다.

여전히 흘러가는 중이라는 조이 오비슨의 첫 정규 프로젝트는 몰아치는 태풍은 아닐지라도 기분 좋게 머리를 쓸어 넘기는 가을바람처럼 청자에게 닿는다. 직접 감상하자.

Joy Orbison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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