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발한 프로듀서 EOH, 더블 싱글 “Fungus”, “Ecdysis” 공개

서울 로컬 프로듀서 EOH의 최근 행보가 인상 깊다. 오프온오프(offonoff)의 한 축, 뮤지션 펀치넬로(punchnello)의 트랙 다수에서 활약했던 그는 0channel에서 EOH로 활동명을 바꾸었다. 또한 음악적 색채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바로 작년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 미구엘 앳우드 퍼거슨(Miguel Atwood-Ferguson)과 함께 모던 클래시컬, 엠비언트적 음악 “Ash”를 선보인 것.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올해 11월 1일에는 두 싱글 “Fungus”, “Ecdysis”으로 새 커리어의 색채를 더욱 명확히 하고자 한다. 슈게이징, 드림팝적 음악. 반복적 아르페지오에 음울한 모쿄(Mokyo)의 보컬이 켜를 쌓고 신시사이저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스위칭 되는 순간에는 ‘브레인피더(Brainfeeder)’ 소속의 뮤지션 살라미 로스 조 루이스(Salami Rose Joe Louis)가 바통을 이어받아 곡을 갈무리한다. 곧 이어지는 트랙 “Ecdysis”는 “Fungus”의 변주곡으로 거룩한 아침의 햇살과 같은 포근한 이미지를 품었다.

구름 위를 사뿐히 걷는 것만 같은 초현실, 몽환적으로 꿈속과 몽롱한 아침의 어느 장면을 캡처한 듯한 이미지적 두 트랙. 이에 관해 EOH는 어린 시절 살던 집에 관한 꿈을 반복해서 꾸면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가 작성한 라이너 노트는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공개된 두 트랙과 함께 찬찬히 읽어보길 권한다.

EOH 인스타그램 계정


Album Liner Note

“Fungus”와 “Ecdysis” 트랙 작업은 제가 어린 시절 살던 집에 대한 꿈을 반복해서 꾸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꿈속에서의 그 공간은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것도 아니었고, 죽어가는 기억을 부르는 듯한 주문처럼 곰팡이를 연상시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곰팡이가 생기고 자라는 영상을 찾아 보게 되었고, 왠지 모르게 제 꿈과 연관된 것 만 같은 희한한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받은 저는 제 꿈에 나온 그 고요한 집에서 나올 것만 같은 트랙을 작곡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Fungus”와 “Ecdysis”의 주요 테마가 되었습니다. 

두번째 트랙인 “Ecdysis”는 “Fungus”의 변주곡입니다. 저는 죽은 것에서 생명이 시작되는 곰팡이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렇게 삶과 죽음의 뒤엉킴은 ‘ecdysis(탈피)’, 즉 뱀이나 곤충의 허물이 벗겨지는 것을 연상시켰습니다. 이 현상과 이에 따른 에너지가 트랙에 표현되었습니다. 

두 곡을 연결시키는 테마는 “태어나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잊게 됩니다. 어떤 것들은 망각되는 반면 어떤 것은 기억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억의 죽음이자 다른 기억의 탄생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계속 반복적으로 꾸던 꿈을 일년 동안 쫓아가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의 의식이 무의식을 쫓아다녔고, 이에 따른 결과물이 바로 이 두 트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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