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거대한 노란색 몸으로 ‘바루도(Barudo)’ 섬 원주민을 돕는 사랑의 거인 도신(Doshin). 이를 조종하는 ‘닌텐도(Nintendo)’의 시뮬레이션 게임 “도신 더 자이언트(Doshin The Giant, 이하 도신)”는 유럽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게임은 ‘거인’이 되는 상상을 펼치던 아이들의 동심과 낭만을 자극했다. 비록 비운의 ‘N64DD’ 전용 게임으로 제작됐지만, 일본에선 베스트셀러 게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며, 또한 2002년에 N64의 후속 콘솔 ‘게임 큐브(Gamecube)’에도 이식되어 어린이들의 낭만을 꾸준히 자극했다.
그러한 게임 “도신”은 발매로부터 21년이 지난 지난 2020년에 다시금 조명받기 시작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전자음악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아사노 타츠히코(Tatsuhiko Asano)가 작곡한 해당 게임의 사운드 트랙이 바이닐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퍼커션과 통기타, 슬라이드 기타, 그리고 파도와 갈매기 울음소리 또한 필드레코딩하여 미지의 낙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상상할 수 있을 사운드 트랙은 여러 매체를 통해 꾸준히 회자되었다. 그러나 바이닐로 제작되어 판매된 것은 처음이었는데 문제는 해당 바이닐이 정식 라이선스를 허가받지 않은 부틀랙이며 암암리에 거래됐다는 점. 게임 음반을 전문으로 한 수집가들의 입소문을 타며 고가의 금액에 거래되다가 결국 아사노의 귀에 까지 도달한 부틀랙 관련 소식은 아사노가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 불법 복제에 관한 짧은 성명을 남기며 종지부를 찍나 싶었다.
그리고 지난 3월 1일, 20년간 “도신” 사운드 트랙을 군침 흘리던 이들이 환호할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마침내 게임 “도신”의 사운드 트랙이 일본의 앰비언트 전문 리이슈 레이블 ‘Silent River Runs Deep’에 의해 바이닐 레코드로 제작된다. 이번 발매는 “도신”의 첫 공식 LP 레코드화. 사실상의 첫 번째 오리지널은 1999년 제작된 프로모션용 12인치 바이닐인데 극소량으로 제작된 탓에 안드로메다행 가격을 자랑한다. 2004년에 제작된 CD 역시 400유로라는 저세상 가격에 거래되는 레코드이기에 이번의 공식 발매는 더욱 의미 깊다. 또한 ‘닌텐도’의 게임 사운드 트랙이 공식적으로 라이선스를 허가받아 발매된 점 역시 이례적.
“도신”은 한국에 정식 발매된 적이 없었기에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게임이다. 그러나 남국의 섬을 배경으로한 게임인 만큼 사운드 트랙 또한 평화롭고 여유롭기 그지없을 터이니, 비디오 게임 음악 애호가 혹은 앰비언트 청자라면 필청 하자. 레코드는 옷이 점점 얇아질 5월 25일 배포될 예정, 따라서 다가올 여름을 위한 배경 음악으로도 낙점이겠다. 음악을 하단에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