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드마르코(Mac DeMarco)가 새로운 앨범 [Five Easy Hot Dogs]를 발매했다. 이번 작은 2019년 [Here Comes the Cowboy] 이후 4년 만의 풀렝스 앨범이자, 2015년 [Some Other Ones] 이후 두 번째 인스트루멘탈 앨범이다.
포틀랜드(Portland), 밴쿠버(Vancouver), 시카고(Chicago)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북미 도시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트랙리스트가 눈길을 끈다. 이는 맥 드마르코가 이번 앨범을 자신이 떠난 로드트립 여정 중에 제작했다는 사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그는 “북쪽을 향해 떠나기 시작하여 앨범 녹음이 끝나기 전까진 로스엔젤레스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설명하며, 각 트랙은 제목에 드러난 도시에서 녹음 및 믹싱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트랙의 순서는 로드트립의 경로이자 제작된 시간적 순서대로 배열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Five Easy Hot Dogs]를 꽤나 의욕적인 작품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맥 드마르코의 디스코그래피는 점점 공허하고 늘어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초창기 [2], [Salad Days] 등에서는 내면의 먹먹함과 외로움을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풀어내거나 감추는 모양새였다면, [This Old Dog]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Here Comes the Cowboy]에선 그것을 드러내다 못해 무기력해졌고, 이번 [Five Easy Hot Dogs]에서는 말조차 아낀다.
맥 드마르코는 이번 로드트립이 그저 돈이나 펑펑 쓰고 온 것(“… … , and I’d just be burning money”)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바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 멋진 경험들을 했다고 회상한다.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었고,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여행 중에 작업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순간에 집중하며 흘러간 것이다. 그렇게 이 앨범은 공허하고, 꽤 낭만적이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녹음하고 여행하는 것은 사실 내가 하려고 했던 일들을 계획하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운드나 주제를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저 녹음을 시작했다. 운 좋게도 이 시기의 작업물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정체성을 형성했다. 그동안 나는 그저 그 안에 존재했고, 결과적으로 이 앨범이 나오게 됐다. 그 뿐이다.”
이미지 출처 │ Mac DeMa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