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M의 장르적 지평을 연 아티스트, Tzusing의 새 앨범 [绿帽 Green Hat]

‘Electronic Body Music’으로 일컫는 전자 음악 장르인 ‘EBM’은, 스로빙 그리슬(Throbbing Gristle)을 위시한 포스트 인더스트리얼(Post-Industrial)과, 일렉트로(Electro)가 합쳐 만들어진 장르로, 샘플러를 통해 만들어 낸 반복적인 신스 멜로디와 거친 킥을 내세운 사운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독일의 전자 음악 듀오 브루탈리스머스 3000(Brutalismus 3000)이 개버(Gabber) 등을 포함한 하드 댄스 장르를 섞어 만들어 낸 LP, [ULTRACUNST]를 발매하는 등 EBM 장르 특유의 단순하며 때로는 직관적인 사운드 디자인은 유럽을 넘어 많은 레이버, 전자 음악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브루탈리스머스 3000이 쏘아 올린 ‘EBM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 3월 30일 굴지의 실험 음악 레이블 판(PAN) 소속의 말레이시아 출생 아티스트 츠싱(Tzusing)이 근작인 [Next Life] 이후 2년 만의 앨범 [绿帽 Green Hat]을 발매했다. 무술 고수가 되기 위해 자신을 거세한 한 인물에서 따온 앨범의 이름은, 초록색 모자를 쓰는 것이 남성성을 박탈하는 논지로 이어지며, 츠싱은 이를 통해 앨범의 정치적 함의가 성의 모순과 부정에 있다고 언급한다.

전체적으로 EBM의 색채가 짙은 음반 [绿帽 Green Hat] 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아프리카의 하드 드럼(Hard Drum)을 위시한 꼼(Gqom)을 곁들였다는 점에 있다. 2번 트랙인 “趁⼈之危 (Take Advantage)”에서 리얼 드럼을 사용하여, 베드룸 프로듀서들이 그저 취미로 소비하던 에프엘 스튜디오(FL Studio)와도 같은 DAW를 활용한 장르인 꼼을 더욱 심화시킨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와 같은 리얼 드럼의 사용은 바로 이어지는 3번 트랙 “偶像包袱 (Idol Baggage)”에서 더욱 복잡해지며, 을씨년스러운 신스 멜로디와 울부짖는 여성의 보이스 샘플을 파편화시킨 과정을 전개하여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이는 포스트 인더스트리얼을 테크노와 같은 전자 음악의 방법론으로 해석한 베슬(Vessel)의 2집 앨범 [Punish, Honey]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베슬이 인더스트리얼을 색다른 접근으로 해석해 해체 클럽(Deconstructed Club)의 모태가 되는 사운드를 낳았다고 평가되는 반면에, 츠싱의 [绿帽 Green Hat]는 EBM이라는 장르의 큰 틀 아래에서 꼼과 인더스트리얼을 곁들였으며, 그것을 ‘남성성의 모순’으로 이어지는 아티스트 본인의 정치적 함의를 포함한 앨범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편, 앨범 발매 전부터 현세대 전자 음악의 선구자인 아르카(Arca)의 비주얼을 담당했던 아티스트 제시 칸다(Jesse Kanda)가 3번 트랙 “偶像包袱 (Idol Baggage)”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하여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는 “영상의 서사를 신체의 분리에서 드러나는 포용, 사랑과도 같은 감정들과 그 신체와의 직접적인 관계성으로부터 착안했으며, 불교 전통에서 유래된 수드라를 위시한 타이포그래피를 곁들여 완성했다”라고 언급하며 제작 비화를 밝혔다.

전자 음악 장르인 EBM을 댄스 뮤직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서 접근한 앨범인 츠싱의 [绿帽 Green Hat]은 영국의 웹진 레지던트 어드바이저(Resident Advisor)와 팩트 매거진(Fact Magazine) 등 수많은 매체에서 이미 찬사를 보낸 뜨거운 감자다. 지난 4월을 달군 화제의 앨범 [绿帽 Green Hat]의 3번 트랙 “偶像包袱 (Idol Baggage)”의 뮤직 비디오를 하단 링크에서 감상해보자.

Tzusing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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