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앰비언트 걸작, Toshimi Mikami의 [Kimai] 바이닐 재발매 소식

만화 “드래곤볼 Z” 중

‘기(氣)’라는 개념에 관해 골똘히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만화 “드래곤볼”을 성실하게 독파한 이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작중에서는 조용히 차분하게 힘을 집중시키면 빛의 형태로 드러난다고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만화에서의 이야기.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인 무형의 존재다.

한편 한자 문화권의 나라에서는 ‘기’라는 단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서울 번화가에서 수더분하게 차려입고 다가와 말을 거는 듀오의 입에서도 매일 같이 튀어나오는 단어. 믿거나 말거나 중국에서는 기에 공(功)을 들이는 기공 체조로 기의 흐름을 증진시켜 병을 고친다는 대체 의학이 존재하기도 한다. 멀지 않은 일본에서도 기공법을 수련하여 심신을 단련하는 이들이 많다고. 1985년 삿포로에서 설립된 ‘기공연구회’. 그 이름에서부터 엄청난 내공이 풍기는 연구회의 운영자인 미카미 토시미(Toshimi Mikami)는 믿을 만한 인물이니 안심하자. 그는 자신의 기공 연구를 토대로 앰비언트 역작 [Kimai(気舞, 기무)]를 제작한 장본인이니까.

미카미 토시미는 대학생 시절 심취한 재즈와 포크를 바탕으로 밴드 쿠오테이션스(Quotations)를 결성, 이후 일본의 신악(神楽)인 ‘가구라’ 전승 음악 연구자로, 또한 잡지 에디터, 리포터, 음악 강사 등 다분야에서 활동한 다재의 아티스트다. 95년에는 호소노 하루오미(Haruomi Hosono)와 함께 범태평양 몽골로이드 유닛(Pan Pacific Mongoloid Unit)으로 활동하며 범상찮은 내공을 쌓던 그는 결국 1996년 자신의 내공을 [Kimai]에 쏟았다. 혹자가 자연의 기 흐름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기무’라고 부르는 데서 따온 제목. 자신이 연구하던 기공과 태극권을 수련할 때, 혹은 휴식과 명상용 BGM으로 사용하길 권하며 ‘Organic Music’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훗날 앨범 [Kimai]의 수록곡은 실제 기공 및 태극권을 지도하는 교실에서 BGM으로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고.

Haruomi Hosono & Pan Pacific Mongoloid Unit

긴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수련해야 하는 기공인 반면, 기공 수련용 앰비언트 음악은 러닝 타임이 다소 짧아 수련의 흐름이 끊기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던 미카미 토시미. 앨범 [Kimai]는 한 곡당 15분 내외로 다섯 곡을 제작, ‘Organic Music’이라는 이름처럼 다섯 곡은 유기적으로 혼합되어 74분 동안 끊김이 없이 유유히 흘러간다. 1996년 CD로 발매되었고, 2008년 재발매된 이후 피지컬 발매 소식이 없어 아쉬움이 컸지만, 마침내 ‘나잇 리듬즈 레코딩즈(Night Rhythms Recordings, 이하 NRR)’에 의해 바이닐로 만나볼 수 있게 될 예정. NRR은 메탈 친화적 레이블이지만, [Kimai]의 유연하고도 선형적 소리에 이례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니 앰비언트 및 뉴에이지 레코드 수집가라면 구매를 고려해볼 법하다.

Toshimi Mikami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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