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몽상가, T.O.P의 “DOOM DADA”

UgIG1NR

갈수록 다양한 예술 영역에 도전을 하고 있는 빅뱅(BIgBang)의 멤버, 탑(T.O.P)이 3년 만에 솔로 트랙, “둠다다(DOOM DADA)”를 공개하며 오랜만에 래퍼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YG의 간판 프로듀서로 자리매김 한 Choise37이 깔아놓은 비트에서 한바탕 뛰어노는 탑의 랩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지는데, 어딘가 디플로(Diplo)를 연상시키는 비트와 적당히 주술적인 곡의 분위기가 탑의 독특한 언어와 맞물려 인상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이 트랙이 빛을 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탑의 탈 아이돌급 재능에서 찾을 수 있다. 래퍼의 본분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장하지 못한 그의 랩은 아쉬움이 남지만, 타고난 그의 보이스 톤과 ‘YG’스럽지 않은 가사의 신선함이 이번 “둠다다”에서는 더 크게 와 닿는다. 그는 자신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트랙 안에서 이리저리 굴려가며 가지고 노는데 후반부의 몰아치는 랩 벌스에서 확실히 도드라진다. 다만 신선함이라는 요소는 YG 안의 영역에서의 이야기일 뿐 전체적인 가사의 완성도는 여전히 응집력이 약하고 랩이 길어질수록 유치해지는 역량의 한계가 드러난다. 강렬한 탑의 매력은 엄정화의 “D.I.S.C.O”에 피처링으로 참여할 때는 완벽히 그 몫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Turn It Up”과 같은 자신의 솔로 곡 에서는 한 트랙을 온전히 가져가기에 기량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2013년, 그는 “둠다다”에 와서 제대로 된 래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 GD의 ‘쿠데타’가 실패한 뒤로 YG에서 내놓은 결과물 중에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다.

영화찍으랴 공연하랴 몸이 여러 개라도 부족해 보이는 탑이지만 이제는 자신이 쌓아온 스타성을 바탕으로 그가 가장 하고 싶었던 랩을 한번 원 없이 해봤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둠다다”의 뮤직비디오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재 국내 대중가요에서 나름 의미 있는 주제를 건드리고 그것을 독특하게 풀어내는 탑의 방식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골 끓이듯 진부한 가사와 비트를 아직도 만지고 있는 기성 아티스트들, 프로의 탈을 쓴 아직은 함량 미달의 아마추어들, 잘 씻지도 않을 것 같은 덕후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국내 힙합의 이미지를 씻을 랩스타는 아마도 몇 단계 발전된 ‘탑’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