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나이테가 들려주는 음악, Bartholomäus Traubeck의 “Years”

인생에 음악적 배경이라고는 전혀 없고 오히려 학창 시절을 그래픽 디자인 하나에 매진한 독일 태생 아티스트 바르톨로메오스 트라우벡(Bartholomäus Traubeck)이 진귀한 음악 앨범을 완성했다. 그는 LP처럼 얇게 잘린 나무판을 특수 제작한 턴테이블로 재생해 나이테에 숨겨진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턴테이블의 바늘 대신 카메라 센서로 나이테의 미세한 부분까지 프로그래밍해서 소리로 변환하는 작업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다른 악기를 더하거나 음계를 조정하지도 않았다고.

LP 판과 턴테이블의 바늘은 음악의 길이, 남은 재생시간에 관련된 시각적 단서를 제공한다. 트라우벡은 음악의 물리적 기록인 LP와 나무의 시간을 기록하는 나이테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고, 따라서 음악이 아닌 시각적 기록을 음악으로 재생하는 이 작업에 큰 흥미를 가졌다.

오랜 세월을 보낸 나무가 연주하는 음악은 물론 이론에 맞춰 잘 짜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름답다. 우연성에서 비롯된 사운드는 프리재즈만큼이나 형식에서 벗어나지만 자유분방하게 날뛰지 않으며, 마치 깊이 뿌리내린 나무의 노래처럼 잔잔하지만 힘 있게 들린다.

음악을 배운 적도 없고 음악과 크게 인연이 없던 인생을 살아온 그가 이렇게나 놀라운 음악을 들려준 것이다. 마치 어느 누구에게나 그 안에 잠재된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Years” by Bartholomäus Trau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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