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이수호, 분노를 담은 앨범 [Entertain] 공개, 미니 인터뷰

우리 사회는 횡령, 세대 생략 증여를 비롯한 많은 사회 편법과 부조리가 흔하게 만연해있다. 다시 말해 있는 사람만 잘사는 세상, 오죽하면 ‘수저계급론’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해있을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의 국민은 편법과 부조리를 꾹꾹 눌러 참으며, 그저 인과응보, 권선징악이 실현되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게 전부인 현실이다.

억압된 사회, 분노와 혼란을 음악이라는 예술로 승화한 앨범 [Entertain]이 지난 7월 3일 공개되었다. 앨범을 만든 아티스트는 이수호. 그는 뮤직 프로듀서, 비주얼 디렉터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인물로 앨범 타이틀 [Entertain]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이수호 자신을 투영한 듯 보인다.

이수호가 만든 앨범 [Entertain]은 한 가지 단어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로 그 형태가 추상적이다. 하지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변칙성, 묵직한 베이스와 이질적인 쇳소리 비트가 뾰족하게 날을 만들어내고, 키드 밀리(Kid milli)와 김심야(Kim Ximya)의 랩이 그 뾰족한 날을 더 날카롭게 가공한 음악이란 점은 확실하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회색빛 사회의 부조리를 갈라놓기 위해 칼을 가는 듯하다.

본 매거진은 이수호와 간단한 인터뷰를 나눴다. 발표된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후, 하단 인터뷰를 확인해보자.

이수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수호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 중인 이수호라고 한다. 최근 앨범 [Entertain]을 발표했고 음악과 영상을 만든다.

 

이수호라는 이름은 예명인가? 그게 아니라면 예명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아무래도 음악을 오랜 시간 해오면서 예명을 지으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는데 막상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예명을 말하기가 너무 민망하더라. 본명이 마음에 들어서 본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프로듀서, 비주얼 디렉터, 포토그래퍼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것 같은데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은?

일단 포토그래퍼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하다. 사실 요즘은 누구나 자신의 예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그렇기에 어떠한 직함으로 불리냐의 문제는 자신의 떳떳함에 달린 문제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 포토그래퍼라고 말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하지만 계속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다.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은 프로듀서 쪽이다. 최근 [Entertain]이라는 앨범 단위의 창작물을 발매하기도 하였고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해왔기에 영상을 하면서도 나 자신의 정체성은 음악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Entertain]은 어떤 음반인지 직접 소개해줄 수 있나.

[Entertain]은 분노라는 감정에 관한 앨범이다. 사회적인 시스템이나 인간관계 속 정치질과 같은 외부적인 요소에 화가 났다. 하지만 사실 그 분노의 근원은 내면에 자리 잡은 열등감과 뗄 수 없는 감정이라고 느꼈다. 만약, 내가 정말 행복하고 내 기준에서 성공한 삶을 산다면 이렇게까지 화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내가 칸예 웨스트와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이었다면 ‘쇼미더머니’나 ‘고등 래퍼’에 출연하는 게 커리어의 전부인 사람들과 그걸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내가 잘 나갔다면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며,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와 열등감, 그사이에 관한 앨범이다.

 

김심야와 키드 밀리가 참여했는데, 그들과 함께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내 고향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남 창원이다. 멕시코에서 살다가 서울에 와서 그런지 친구가 몇 없는데, 키드 밀리와 김심야가 나를 많이 도와줘서 진짜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라. 키드 밀리는 몇 년 전 디젤(DSEL)이란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고 같이 크루 활동을 한 적도 있다.

김심야는 2016년에 “Ambush” 초안을 만들었을 때 알게 됐다. 어떤 래퍼 분에게 이 초안을 보냈는데 그분이 자기 스타일과 박자가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해서 그때 ‘아, 나는 그냥 음악으로 자위하는 거구나’라고 침울해 있을 때, 힙인케이스(Hipincase)가 나도 모르는 사이 김심야에게 “Ambush”의 초안을 들려줬다. 곡을 듣고 나서 그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처음 만났다. 김심야는 음악을 ‘정치가 아닌 음악’으로 생각하고 아마추어 사이에서도 안 유명하던 나를 음악만 듣고 도와줬다. 여기서 키드 밀리와 김심야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이수호 음악의 가장 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존의 규칙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다. 반항심에 그런 규칙을 깨려고 하다 보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곤 했다. 예를 들자면 “We Make Noise, Not Music”의 곡 중간, 정적이 흐르는 파트가 있다. 자연스럽게 깔려있던 음악을 의도적으로 끊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순간 음악으로 집중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또 한가할 때에는 자다가 깨면 누워서 이런저런 공상을 하는데 그럴 때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일이 잘 안 풀리고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일부러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는 편이다.

 

“We Make Noise, Not Music ” 뮤직비디오를 통해 말하고 싶은 주제는?

쓸모없어 버려지는 것들에 관한 영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TV 속 화면은 크게 요양병원이 나오는 10번 채널, 쓰레기 소각 과정이 나오는 11번 채널 두 장면으로 나눠진다. 주인공인 노파가 그 두 채널을 번갈아 보다가 환상 속에서 자신도 쓰레기처럼 요양병원에 버려지리라는 걸 느끼고 요양병원이라는 요소와 쓰레기가 된 자신을 보고 든 감정, 극대화된 공포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프로듀서, 영상 디렉터로 항상 뒤에서 누군가를 서포트해주는 일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잘되면 결국, 나를 떠나가곤 했다. 그럴 때 느낀 감정이 소외된 노인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서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나는 반대로 나를 도와준 이들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 앨범을 기사로 다뤄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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