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ahashi Jun이 선사하는 한 편의 영화, UNDERCOVER 2020 FW 컬렉션 런웨이

매쇼 놀라운 기획력으로 패션쇼를 술렁이게 하는 언더커버(UNDERCOVER)가 2020 파리 패션 위크에서도 여지없이 기량을 뽐냈다. 언더커버의 2020 FW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는 쇼는 무사를 연상케 하는 한 남자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다. 이윽고 남자 뒤 흰 천이 움직이고 기괴한 춤사위와 함께 여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분위기가 고조되며, 흰 천 속 두 명의 여자가 새로이 나타나고 이러한 배경에서 계속해 쇼가 이루어진다.

언더커버 2020 FW 런웨이 컬렉션의 무대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맥베스’를 새롭게 각색한 구로사와 아키라(Akira Kurosawa) 감독의 “피의 옥좌”를 재해석했다. 쇼를 감독한 언더커버의 디렉터 준 타카하시(Takahashi Jun)는 이전 컬렉션에서도 시계태엽 오렌지(Clockwork Orange),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 등의 영화를 매개로 현 사회와 의복 양식에 관한 그의 철학을 피력한 바 있다. 쇼 역시 “피의 옥좌”가 풀어내는 자기 파괴적인 남자의 이야기와 현대사회의 공통분모에 착안해 흐름을 구성했는데, 준 타카하시는 이를 통해 사회가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물리치고, 긍정적인 아름다움을 끌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가 이번 언더커버 쇼를 주목해야 할 점은 비단 쇼의 파격적인 비주얼만이 아니다. 1990년 창립,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언더커버는 일본에서 탄생한 브랜드임에도 지금껏 일본의 전통의복은 물론, 일본에 관련한 디자인적 접근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허나, 2020년 언더커버의 FW는 지극히 일본스러운 의상으로 컬렉션을 가득 채웠다. 일본 전통의상 노라기와 사무라이의 갑주에서 영감받은 각종 베스트는 물론, 팬츠 아래를 여미는 각반 등 일본 전통에 뿌리를 둔 디자인이 쇼 전반을 아우른다. 준 타카하시 또한 그간 일본의 전통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주제였다고 말하며, 언더커버의 의류에 좀처럼 일본 전통문화를 녹여본 일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외 눈에 띄는 언더커버의 변화는 대폭 축소한 스트리트 무드다. 스트리트웨어에 기반한 언더커버의 초창기를 전격 탈피한 것인데, 이는 과거 준 타카하시가 더 이상 스트리트 스타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의 인터뷰와도 맞아떨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끊임없는 변신 속에서도 언제나 ‘언더커버리즘’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언더커버 2020 FW 컬렉션 내 아이템은 언더커버의 로고나 라벨 없이도 그 정체성을 다분히 드러낸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화살로 연출한 쇼의 말미는 기승전결의 극치를 보여주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극적인 연출과 의상의 조화로 영화 한 편을 쇼에 옮겨버린 준 타카하시, 그리고 언더커버. 3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한 이들의 쉼 없는 움직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벌써 그들의 새로운 영감이 기다려진다.

UNDERCOVER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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