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루퍼즈(ZelooperZ)는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이 결성한 디트로이트 기반 크루 브루이저 브리게이드(Bruiser Brigade)의 핵심 멤버이자,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작업물을 발매한 디트로이트 랩 신(Scene)의 숨은 보석. 최근 그가 고흐의 그 유명한 ‘왼쪽 귀’를 테마로 한 앨범 [Van Gogh’s Left Ear]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커버 아트부터 고흐가 불안정한 정신일 때 그린 두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과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 절묘하게 섞여있으며, ‘불안정의 예술성’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트랙이 각자 다른 인상을 주도록 조정한 노력이 역력하다. 대니 브라운을 연상케 하는 익스페리멘탈 힙합이 주력이기에, 본작은 사운드 프로듀싱의 난잡함과 더불어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쓴 듯 들쑥날쑥하는 랩 스타일도 눈에 띈다.
독특한 도입 박자의 첫 트랙 “Battery”, 한 마디 내에서도 톤을 바꾸는 오프 비트(Off-Beat) 랩의 “Ticking Time Bomb”, 영 떡(Young Thug)을 연상케 하는 가성 창법의 “Hostile”, 곡과 목소리의 피치를 한꺼번에 바꿔버린 “Don’t Leave”, 트렌디한 싱잉랩의 “Bluez” 등 본작이 품은 사운드는 전작보다도 훨씬 변화무쌍하다.
이번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Bash Badnicoon (ft. danny brown)” 또한 미국의 게임 제작사 너티 독의 프랜차이즈 “크래쉬 밴디쿳”의 메인 테마를 과감하게 선택하면서도, 정작 별 가공이나 정제 없이 적당히 루핑한 듯한 인스트루멘탈에 겨우 박자만 맞춘 듯한 랩을 보여준다. 뮤직비디오도 게임의 캐릭터에 질루퍼즈와 대니 브라운 본인들의 모습을 덧입혀, 게임 속을 헤쳐나가는 내용. 오히려 뻔하다고 할 만한 연출이지만, 질루퍼즈가 말하는 ‘불안정성’을 표현하기엔 더할 나위 없다. 함께 감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