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홍콩에서 태어난 뒤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 호주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이종원은 런던의 유명 예술대학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과 함께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다 지금은 사진 활동에 전념 중인 흥미로운 이력의 그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사진집 ‘Solitudes of Human Places’를 발간했다.
한국의 평범한 장소, 그리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을 담아낸 그의 사진은 그저 한국의 거리와 사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풍경 사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종원은 매일 별다를 것 없이 흐르는 평화로운 일상 속 인간의 실존적인 고독을 사진의 주제로 제시한다. 실제 한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파란색 지붕, 무질서한 간판, 시멘트벽과 바닥을 배경으로 쪼그려 앉아 있거나 무표정으로 이동하는 인물의 모습은 익숙한 장면임에도 도시의 한 부분을 지나는 인간의 쓸쓸한 감정을 자아낸다.
이종원은 “평범한 한국 교외의 이미지는 인간의 고독을 깊이 파고든다, 인간의 조건에 솔직하고 고요하게 직면함으로써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그들의 무의식적 노력을 상상했다”고 말하며, 자신이 촬영한 사진의 의미를 설명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일상 속 고독은 어떤 모습일지. 사진집 속 사진의 일부를 천천히 감상해보자. 이종원의 사진집 ‘Solitudes of Human Places’는 본 서적을 출판한 스위스 출판사 에디션 패트릭 프레이(Edition Patrick Frey)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