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건축’이라는 단어를 보고 바로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면 말해보자. 아파트, 콘크리트, 고층 빌딩, 부동산, 집값, 건설 현장 정도가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아직 건축보다는 건설이, 디자인보다는 설계가 더 익숙하기만 실정이기에 건축을 향한 애매한 시선은 여전하다. 온전한 예술도, 공학도 아닌 모호한 지위의 한국 건축. 시대정신이 남용됨에 따라 점점 숭고함의 단좌 위에서 위태롭게 비틀거리는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건축은 무엇이며, 건축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두고 다양한 답변이 생산되어 애매함과 흐릿함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 건축을 낮은 문턱에서 쉽고 깊게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오픈하우스서울 2022’이 유수의 건축 작품들과 건축가들의 작업실에서 진행된다. ‘오픈하우스서울’은 서울과 그 인근의 우수한 한국 근현대 건축물들을 개방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건축 축제로,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Open House Worldwide)’로부터 기인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례 건축 축제로 알려져 있다. 3년 만에 현장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이번 ‘오픈하우스 2022’은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건축가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오픈하우스’와 건축가들의 작업실에서 그들로부터 작업과 건축 철학을 들을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 그리고 스페셜 프로그램인 ‘건축가특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주택과 같이 평소 개방이 어려워 접하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는데, 김수근 건축가의 ‘고석공간’과 조병수 건축가의 ‘기지 박서보주택’이 대표적.
한편 ‘양천공원 책쉼터’나 ‘망우 119안전센터’, ‘공항고등학교’와 같은 공공 건축이 타임 테이블을 대거 이루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공 건축과 관련한 담론이 뜨거운 화두인 만큼 이번 오픈하우스서울의 주제 중 하나가 ‘공공건축’이라는 점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다. 마침 상업 건축이 내포한 공공성을 노출시키며 공공 건축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서승모 건축가의 ‘LCDC’ 또한 오픈하우스에 이름을 올렸으니 현재 한국 건축 최전선에 있는 작품들과 건축가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될 터.
알고 보면 진정한 하위문화의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 건축. 나아가 독자적인 지위를 인정 받지도, 다른 곳에 편입하지도 않는 뚝심을 지녔다는 점에서 한국 건축계와 서울 서브컬처 신(Scene)은 제법 닮은 편이다. 취향이 포화 되어버려 희미함 속을 거닐고 있다면, 새로운 서브 컬처의 웅대한 절경의 포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문 너머 마냥 모호하지만은 않을 건축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오픈하우스서울의 예약을 위해 달려가 보자.
오픈하우스서울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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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정보
일시 | 2022년 10월 29일 ~ 2022년 11월 6일
장소 | 서울 및 그 인근 지정 장소
이미지 출처 | 오픈하우스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