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테일러링을 통한 자연스러운 멋과, 과감한 절개를 통한 의복의 해체를 선보이는 뉴욕 기반의 디자이너 피터 도(Peter Do)가 헬무트 랭(Helmut Lang)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낙점됐다. 헬무트 랭의 지난밤 발표는 몇 달 전부터 무성하던 소문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최근 스튜디오 팀이 대신해오던 자리가 드디어 채워졌음을 의미했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14살이 되던 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피터 도는 파일로의 셀린느(CELINE)와 데랙 렘(Derek Lam 10 Crosby)을 거쳐 2018년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이너 레이블을 론칭했다. 이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공고히 해오며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 SM 엔터테인먼트 등과의 다채로운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1986년 설립 후 수많은 쇼를 통해 ‘미니멀리즘’, ‘실용주의’, ‘모더니스트’ 등의 수식어를 양산해 낸 헬무트 랭.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먼저 바이럴을 일으키며 브랜드 입지를 다진 피터 도. 두 브랜드가 패션에 있어서 다른 세대의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베이직한 컬러를 기조로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옷’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더해 피터 도가 함유한 예술적 접근 방식은 헬무트 랭이 줄곧 선보여 온 과감한 프레젠테이션과 대담한 아이디어 그리고 세심한 테일러링 디테일과 일치할 것.
피터 도는 “헬무트 랭보다 급진적 사고를 더 확실하게 구현한 사람은 없었다. 브랜드의 다음 장을 여는 일을 맡게 되어 영광이다. 헬무트 랭, 그가 쌓아온 토대 위에서 나 또한 배울 것이며,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엇이 가능한지 알 수 있도록 영감을 주도록 하겠다”라고 전하며 소감을 전했다.
오래간만에 새로운 선장을 찾은 헬무트 랭과 또 하나의 도전을 맞이한 피터 도. 이들이 그려갈 그림이 궁금해졌다면 오는 9월 진행될 피터 도의 24 SS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헬무트 랭에 대한 힌트를 얻어봄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