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꼭 종이에다 그려야 한다는 법은 없다. 종이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담뱃갑에 뮤지션의 로고를 그린 작품은 확실히 신선하다. 호주의 아티스트 브릿지 스텔리(Bridge Stehli)는 익살스러운 동물 그림과 함께 여러 뮤지션의 로고를 담뱃갑에 새겨 넣는다. 귀엽고 부드러운 이미지 사이에 부정적인 것을 삽입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그 매개체를 담뱃갑으로 설정, 친근함과 어색함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표현했다.
우탱 클랜(Wu-Tang Clan), 투 체인즈(2 Chainz) 등의 힙합 아티스트, 록 밴드 키스(KISS), 슬레이어(Slayer)의 로고 역시 등장한다. 로고 위에 그려진 동물은 큰 의미 없이 그려진 것. 사실, 브릿지 스텔리는 꽤 오래전부터 동물 그림을 그려온 아티스트이다. 재미있는 설정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을 구체화하는 그녀의 작품을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