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진작가이자 이미지 연구가 마티유 니콜(Matthieu Nicol)이 기밀이 해제 된 미 육군 아카이브를 패션,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집 ‘Fashion Army’를 발간했다. 니콜이 조명한 아카이브란 196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의 내틱 미 육군 연구소(US Army Natick Labs)에서 촬영된 다양한 스타일의 군복 아카이브로, 그 수만 무려 1만 4천 여장을 웃돈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70년대 음식 사진을 찾던 니콜은 우연히 대중에게 기밀이 해제된 해당 아카이브 중 일부를 발견하는데 옅은 파스텔 톤의 배경과 무미 건조한 모델들 그리고 연구 개발에 사용된 독특한 미 군복은 마치 하나의 패션 프로젝트를 보는 듯했다고. 니콜은 이를 더 탐구하기 시작, 마침내 1만 4천 여장 중 350장을 추려 사진집으로 엮어내기에 이른다. 그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크네 스튜디오, 마틴 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의 패션 캠페인을 위한 사진 같다”며 군복과 패션의 모호한 유기성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현재는 CCDC SC(Combat Capabilities Development Command Soldier Center)라 불리는 내틱 미 육군 연구소는 매사추세츠주 내틱에 있는 군사 연구 단지이자 시설로 미군의 식량, 의류, 대피소, 공수 시스템 등의 지원 품목을 연구 및 개발해 왔다. 니콜이 추린 사진에는 화학전에 대비한 보호복부터 여군의 임부 군복, 낙하 부대를 위한 내복, 군사 시설 관리인을 위한 유니폼, 폭발물 처리 보호복 등 다양한 군사적 목적에 부합한 유니폼이 포함됐으며 ‘Digital Commonwealth’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니콜이 선정한 사진 외에 미 육군의 거대한 아카이브를 직접 맛볼 수 있다. 니콜의 직접적인 요청에도 미 육군은 해당 사진을 저작권 없이 푼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누구든지 니콜처럼 독특한 시각으로 해당 아카이브를 해석해 작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
단, 여기서 니콜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즉, ‘Fashion Army’가 단순히 미 군복을 패션으로 승화하지 않았다는 사실. 현 패션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카모플라주 패턴과 국방색 컬러 덕에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군복은 여전히 전쟁에 나서는 이들을 위한 의복이며, 내틱 국방 연구소의 아카이브는 그들의 실생활 개선을 위한 여러 사례다. 니콜은 ‘Fashion Army’를 통해 “패션 전문가, 섬유 전문가, 역사가들이 모든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전쟁의 역사가 꽃피운 한 권의 패션 아트북 ‘Fashion Army’는 맥(Book) 공식 웹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