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로커빌리 문화, 롤러족을 기록하다

귀에는 익지만, 쉽게 접할 수는 없는 음악 장르 로커빌리(Rock-a-billy),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로 대변하는 로큰롤과 초기의 컨트리 뮤직 힐빌리(Hillbilly)를 결합한 형태의 로커빌리는 흥겨운 음악과 더불어 특유의 스타일로 하위문화의 한 장르에까지 다다랐다. 단단한 가죽 재킷과 한껏 빗어 넘긴 리젠트 헤어는 50, 60년대 많은 일본 젊은이를 매료했는데, 이렇게 시작한 무리는 요요기 공원 등지에 모여 스스로 롤러족(Roller-Zoku)이라 칭하며, 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뉴욕 기반의 사진작가 데니 렌쇼(Denny Renshaw)는 로큰롤의 고향 테네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로커빌리에 대한 환상을 키워갔다. 허나, 십수 년 뒤에 찾은 로큰롤의 근원지 테네시에서 로커빌리를 찾는 일은 요원했고, 머나먼 땅 일본으로 떠나기에 이른다. 웹을 통해 도쿄의 유서 깊은 롤러족을 찾아냈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촬영할 수 있었다. 사실, 롤러족 탄생의 기저에는 50~60년대 로큰롤이 있었지만, 당시 일본 레코드 레이블은 로커빌리와의 차이점을 구별할 수 없었고, 이들은 로커빌리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다. 70년대 큰 부흥을 이끈 로커빌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나름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총 5주에 걸쳐 촬영한 롤러족의 초상 인물사진은 로커빌리의 역사를 고이 간직한 여러 인물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각자의 모습은 다르지만, 일관된 스타일로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 모습은 로커빌리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대변한다. 순간의 유행이 아닌 흐름으로 지속하는 로커빌리 문화, 그리고 그 속의 롤러족은 외래문화를 흡수, 자연스레 그들의 문화로 변형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잘 묻어나 있다. 데리 렌쇼의 공식 웹사이트에 방문하면 더욱 많은 사진을 감상할 수 있으니 시간이 난다면 들러보도록 하자.

Denny Renshaw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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