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아메리칸 캐쥬얼 스타일을 통칭하는, 소위 말하는 ‘아메카지’를 좋아한다면, 국내 브랜드 ‘이스트로그(Eastlogue)’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스트로그는 직역하면 동쪽 이야기라는 뜻이지만, ‘아시아의 동쪽’, 즉 대한민국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서양 복식을 다루기에 한국에서의 동쪽인 ‘미국’, 미국에서도 동쪽인 ‘영국’까지 이야기하는 브랜드라고도 볼 수 있다. 브랜드 이름이 말하듯, 이스트로그는 아메리칸 워크웨어, 밀리터리, 빈티지 등 다양한 해석을 선보이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트레디셔널 스포츠 웨어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짙게 풍기는 ‘웨어러블(Wearable)’한 감성은 이스트로그를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국내 여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만한 요소로 작용한다.
‘고객이 입고 싶은 현실적인 옷’을 만드는 것. 디자이너 이동기는 원단과 부자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스트로그의 모든 원단과 부자재는 수입산이다. 남성복의 역사가 한국보다 훨씬 긴 유럽이나 일본의 그 ‘퀄리티’를 인정하기에 수입 원단을 고집한다. 이스트로그의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미국 뉴욕 캡슐쇼, 프랑스 파리 맨쇼, 이태리 삐띠워모를 거치며 해외 20여 곳의 편집숍에 상품을 공급하게 되었다. 이후, 이동기 디자이너는 국내에 이스트로그와 그 형제 격인 언어팩티드(Unaffected)를 알리는데 몰두했다. 삼성물산에서 그에게 남성복 ‘엠비오’의 시즌 컬렉션 1/3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거절한 것은 유명한 일화. 그 결과 현재 이스트로그는 비이커, 샌프란시스코 마켓, 무이 등 국내 유명 편집숍을 상대로 홀세일 및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의 패션 철학은 남성 편집숍 비슬로우의 PB 디렉터를 맡게 된 계기에서도 드러난다. 소비자들의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합리적인 브랜드라는 생각에서 합류를 결정한 것이다. 거창한 테마에 기대기보다 옷의 의미와 가치를 명확하게 전하는 것이 이스트로그의 가치관. 이스트로그와 언어펙티드는 여러 셀렉샵에서 만나볼 수 있지만, 자체 숍인 솔티 서울(Sortie Seoul)에서 시즌 오프가 진행 중이니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