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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투(Me Too)에 대한 지지와 공감으로 가득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 추문 사건으로 시작된 미투 캠페인(#Me Too: 나도 당했다)은 이내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의 실질적 권리를 보장받으려는 타임즈 업(Time’s up: 성폭력, 성차별 시대는 끝났다) 운동으로 이어졌다.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자는 동참의 의미로 타임즈 업 배지를 달고 등장해 관련 발언 또한 아끼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맨드(Frances McDormand)의 수상 소감이다.
아들 페드로 맥도맨드 코엔(Pedro Mcdormand Coen)을 향해 페미니스트인 엄마로부터 잘 자라주었다며 고마움을 표한 뒤, 트로피를 바닥에 내려놓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각 부문에 오른 여성 후보자들이 나와 함께 일어나준다면 영광일 것입니다. 메릴 스트립(Mary Louise “Meryl” Streep), 당신이 한다면 모두가 함께할 거예요” 맥도맨드의 요청에 메릴 스트립은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 맥도맨드는 제작자, 프로듀서, 감독, 작가, 촬영감독, 작곡가, 작사가, 의상 디자이너 모두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줄 것을 요청했고, 시상식의 모든 여성을 기립하게 했다. 맥도맨드는 그들에게 우리는 모두 해야 할 이야기와 프로젝트가 있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그리고 두 단어를 강조하며 수상소감을 마쳤다.
‘포함 조항(Inclusion Rider)’은 배우가 출연 계약을 할 때 해당 영화에 참여하는 제작진이나 상대 배우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색 인종과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을 일정 비율로 포함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남가주대 스테이시 스미스(Stacy Smith) 박사가 2016년 TED 강연에서 언급한 말로 영화 캐스팅이 현실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영화 제작에 있어서 ‘포용 특약’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수상소감의 여파는 몇몇 배우들의 공개적 지지로 이어졌다. 특히 영화 ‘룸(Room)’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브리 라슨(Brie Larson)은 트위터에 ‘I’m committed to the inclusion Rider. Who’s with me?’라고 올리며 여성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평등한 기회를 요구하는 맥도맨드의 뜻에 함께했다. 맥도맨드의 연설은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어디에선가 차별받고 있을 여성들에게 보내는 지지이자 연대라는 점에서,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편, 맥도맨드는 쓰리 빌보드에서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 딸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분노로 가득 찬 엄마를 연기한다. 국내에서는 오는 3월 15일 개봉할 예정이니 그녀의 연설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 그 훌륭한 연기도 직접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