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좋은 디지털카메라가 끝없이 출시되는 카메라 시장에서 속칭 ‘필름 카메라’로 불리는 아날로그 카메라들이 계속해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두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감성’ 혹은 ‘갬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기계 자체의 아름다움과 결과물의 색감 등이 일반적인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되지만, 필자가 감히 떠올릴 수 있는 몇 가지 이유 외에도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십 수백 가지가 될 것. 오늘도 수많은 아마추어 및 전문 포토그래퍼들이 ‘장비병’을 앓고 있는 데는 분명 다양한 이유가 있으리라.
안타까운 점은 카메라 시장이 완전히 디지털카메라로 돌아선 지금, 아날로그 카메라를 구매하고 관리하는 일이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이 내구연한과 수량이 한정된 자원(카메라)을 순환시켜 지속적인 수요를 만족시켜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것은 몇십 년도 더 되어 언제 수명을 다할지 모를 흠 투성이 기계를 비싼 돈을 주고 구매 및 관리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소비행위로 전락하게 된다. 모 커뮤니티에서는 ‘폭탄 돌리기’라고 표현한 이 행위가 단순한 취미활동이라면 때려치우면 그만이겠지만, 필름으로 전문적인 사진 촬영을 하는 이들에게는 아날로그 카메라의 이러한 단점들이 못내 아쉬울 것.
때문에, 세계 곳곳의 필름 커뮤니티와 애호가들은 오늘도 아날로그 카메라와 필름을 무너뜨리려는 세월의 풍파와 맞서 싸우고 있다. 핀란드에서 시작된 카메라 레스큐(Camera Rescue) 프로젝트 또한 그들 중 하나. 카메라 레스큐는 긴 세월 끝에 수명이 다 하고 있는 아날로그 카메라들을 ‘구조’하기 위해 조직된 집단으로, 고장 나거나 버려진 아날로그 카메라들을 수거 및 수리하여 새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일반적인 아날로그 카메라 판매자들과 다를 것이 없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2020년까지 총 100,000대 이상의 카메라를 ‘구조’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이들은 아날로그 카메라 수리 기술자들의 후학 양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카메라를 더 나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카메라 생산 업체에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 갓 46,000대를 넘긴 그들의 ‘구조’ 작업이 과연 내년 100,000대 돌파라는 결실로 이어지게 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