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0년대 재즈 보컬 그룹 Rare Silk의 “Storm” 재발매 소식

두터운 음색과 특유의 복잡하지만 달콤한 악곡으로 알려진 테너 색소폰 주자 스탠리 터렌타인(Stanley Turrentine). 넓게 사랑받는 그의 앨범 중, 70년대 초반 음반 레이블 CTI 레코드(Creed Taylor Incorporated Records)에서 내놓은 음반 8장은 해당 음반 레이블에 상업적인 성공과 본인의 입신양명에 큰 도움을 주었으니 재즈 색소폰 음향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 느긋하게 들어볼 만 하다. 나아가 70년대는 터렌타인이 작풍을 소울 재즈에서 재즈 퓨전으로 전환하는 시기임에, 그가 CTI 레코드에서 세 번째로 발매한 [Salt Song]의 수록곡 “Storm”은 초기 애시드 재즈의 일례로도 분류되기도 한다고. 서문이 길었지만, 오늘의 주제는 스탠리 터렌타인의 업적을 훑는 게 아니라 상기한 “Storm”을 재해석한 재즈 그룹, 레어 실크(Rare Silk)를 돌아보는 것이다.

 

모두가 스타가 될 것이라 점쳤던 재즈 보컬 그룹 레어 실크. 이들의 중심은 축복받은 날씨의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길라스피(Gillaspie) 자매인데, 게일(Gaile)과 마리린(MaryLynn) 길라스피는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재즈 음반 더미에서 성장하며 음악 자양분을 듬뿍 공급받았다고. 어른이 된 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콜로라도주의 한 도시에서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게 된 길라스피 자매지만, 음악을 사랑한 그들은 밤마다 로컬 클럽 무대에 섰다. 그렇게 생활하길 몇 년, 이윽고 이들은 같은 동네 가수 마거리트 쥬에네만(Marguerite Juenemann)과 의기투합해 재즈 보컬 트리오 레어 실크를 78년 결성하기 이른다.

필살의 맑은 목소리를 자랑하는 레어 실크는 곧바로 작곡가 겸 가수 토드 부파(Todd Buffa)를 일원으로 들이며 앨범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그리고 거대 음반사 폴리도르 레코드(Polydor Records)와 계약해 내놓은 데뷔작인 83년의 [New Weave]는 그래미 상(Grammy Awards)의 후보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며 미국 내외의 관심을 모았고, 이어 85년에 발매한 [American Eyes]도 연이어 그래미 상 후보에 올라 레어 실크는 스스로가 원 히트 원더가 아님을 증명했다. 85년 4월 16일 발행된 빌보드(Billboard) 지의 [American Eyes] 비평글을 인용하자면, “상당히 다양한, 접근성이 좋은 크로스오버 한 판(Eclectic but accessible crossover fare)”이란다. 호평 같으나, 점잖게 표현했다뿐이지 사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다. 풀어 말하자면, [American Eyes]에 실은 이들의 재즈 실험은 알 재로(Al Jarreau)의 스캣 스타일부터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느껴지는 곡 진행까지 참 다양하게 뻗어 나갔기에 결국 취향에 따라 감상이 크게 갈렸다는 말.

 

그렇게 평론가가 부채질하는 호불호의 난류 속에서 표류하는 [American Eyes]의 수록곡 중, 거의 모두의 엄지손가락을 받은 곡이 있다. 앞서 언급한 스탠리 터렌타인의 “Storm”을 재해석한 동명의 곡이 바로 그것이다. 토드 부파의 편곡력이 가장 빛나던 때의 신중함이 엿보이는 레어 실크의 “Storm”은 그 악기, 보컬 구성으로 보아 적재적소란 말이 정말 어울리는 곡이자, 한 멤버의 탈퇴 후 원동력을 잃어 결국 실없이 해체된 레어 실크의 아메리칸 드림이 묻은 작품이기도 하다.

 

레어 실크의 해체 이후로 몇십 년 간 수집가의 소소한 기쁨으로만 자리하던 [American Eyes]의 “Storm”. 이를 올해 3월, 느닷없이 10인치 바이닐 음반으로 재발매할 것이라고 밝힌 음반 레이블이 있다. 그 정체는 최근 KPM의 라이브러리 음악을 대거 재발매하는 등의 굵직한 행보를 이어가는 음반 레이블 비위드 레코드(Be With Records)다. 앞면의 “Storm” 원곡과 뒷면의 덥(Dub)끼가 흐르는 리믹스, 총 두 곡이 새겨질 레어 실크의 “Storm” 10인치 음반은 5월 20일, 정식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뭐가 안 그렇겠냐마는 역시나 불티나게 팔릴 것이 예상된다. 이미 비위드 레코드 공식 웹사이트에 선주문할 수 있으니 꼭 소장하고 싶은 이는 하단의 링크를 방문하면 되겠다.

Be With Records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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