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휴 홀랜드(Hugh Holland)는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태동하던 70년대 남부 캘리포니아를 기억하는 몇 안 되는 포토그래퍼다. 긴 가뭄으로 말라버린 수영장과 배수로를 나무판자 하나에 의지한 채 빠르게 내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젊은 포토그래퍼에게 매력적인 피사체로 다가왔고, 그렇게 그는 70년대 스케이트보드 신(Scene)의 증인으로서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게 되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컬러 사진 중 대다수는 ‘Locals Only’ 등의 책을 통해 이미 공개되었지만, 그의 미공개 흑백 사진을 모은 새 책이 지난 10월 발간되었다. 책의 제목은 ‘Silver. Skate. Seventies.’
출판사 크로니클 북스(Chronicle Books)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사진들은 흥미롭게도 휴 홀랜드가 가장 미숙했던 시절에 촬영했던 사진들이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부를만한 컬러 사진들보다 완성도가 부족할 수 있지만, 혈기 넘치는 젊은 사진가와 스케이터들의 시너지가 되려 본 사진집의 백미. 패셔너블한 이미지로 종종 소비되는 요즈음의 스케이트보드 신과 그 외양은 다를 수 있지만,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이들의 속도는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위의 사진을 통해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의 일부를 훔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