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스위치(Switch)의 아성에 밀려 뒷방 늙은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인식하는 휴대용 게임기의 표준이라면 역시 게임보이(Game Boy)다. 척 봐도 게임만을 위해 디자인된 간결한 외관과 하드웨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별도로 게임보이에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출시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포켓카메라(PocketCamera)로 게임보이 카트리지에 장착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굉장히 획기적인 주변기기였다. 지금에야 1,000만 화소를 훌쩍 넘기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누구나 쉽게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만, 포켓카메라의 등장 시기가 1988년이라는 점을 미루어 본다면, 시대를 훌쩍 앞서간 놀랍기 그지없는 발상이었다.
때문에, 발매 직후에는 큰 빛을 보지 못했으나, 레트로의 유행에 힘입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한 포토그래퍼는 이미 포켓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사진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오늘 소개하는 이는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간 괴짜 포토그래퍼다. 포토그래퍼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바스티앙 에켈러(Bastiaan Ekeler)는 포켓카메라에 망원 렌즈 캐논 EF 마운트(Cannon EF Mount) 개조, 장착 후 달과 먼바다의 등대와 배, 야생 갈매기를 촬영했다. 얼핏 쉬워 보이는 도전이지만, 포켓카메라와 망원 렌즈의 호환을 위해 3D 프린터로 직접 어댑터를 제작하는 정교한 공정이 필요했다.
그 노력만큼이나 결과물 또한 꽤나 그럴싸하다. 특히, 포켓카메라와 캐논 EF 마운트의 조합이 게임보이의 작은 프레임(128×112 px)에 달을 채우는 정확한 초점 거리를 제공했다고. 본인 또한 이러한 작업에 대해 미친 짓이라 이야기했지만, 이러한 기행은 기존의 예술 사진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미적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