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다양한 장르를 고루 섭렵하며 확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현대 사진계의 거장, 비신 쥬몬지(Bishin Jumonji). 그의 새로운 사진집 ‘Fujisaki’가 다가오는 8월 28일, 도쿄의 슈퍼라보(Superlabo)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다.
새 사진집은 제목 그대로, 후지사키 마사키(Masaki Fujisaki)라는 이름의 사내를 조명한다. 근사한 오토바이와 뒤로 넘긴 장발, 그리고 표정을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내는 감정은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는 개성을 표출한다. 본 사진집이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촬영한 본인의 첫 작품이라고 밝힌 작가는 소개 글을 통해 후지사키와 보낸 젊은 지난날을 추억에 잠긴 듯한 문체로 돌아본다. 아래는 작가가 직접 작성한 소개 글 전문이다.
‘Fujisaki’에 담긴 사진은 내가 전문 포토그래퍼가 되기 이전인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사진이다. 사실상 내 첫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진의 주인공인 마사키 후지사키는 내가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공업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15살이었고 나는 16살이었다. 비록 지금으로부터 약 57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그 순간을 꽤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긴 머리와 검은 가죽 바지 그리고 부츠 차림의 그는 독한 헤어 왁스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 그리고 당시에는 흔히 보기 힘들었던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점 가까워지며 우리는 서로 꽤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고, 거의 매일 같이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당시에 유행이었던 모던 재즈를 듣기 위해 요코하마 노게 지역의 재즈 카페 치구사(Chigusa)를 들락거리며 오넷 콜맨(Ornette Coleman),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에릭 돌피(Eric Dolphy) 등의 레코드를 신청했고, 케넷 앵거(Kenneth Anger)의 영화 “스콜피오 라이징(Scorpio Rising)”을 보고 흥분해 윌리엄 버로우(William Burrows), 앨런 긴스버그(Allen Ginsberg),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뒤를 따라 비트닉(Beatnik)의 삶을 흉내 내기도 했다. 같이 위스키도 굉장히 자주 마셨다. 후지사키는 또 나를 부토 댄스(Butoh Dance)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카즈오 오노(Kazuo Ohno)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는데, 당시는 로큰롤과 펑크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전이었다.
되돌아보자면, 당시의 나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거만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남들과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운좋게 20살에 포토그래퍼의 길을 걷게 되면서, 나는 후지사키의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하루는 내 커스텀 바이크 ‘도하츠 런펫(Tohatsu Runpet)’을 타고 도쿄만의 해안에 있는 간척지 유메노시마(Yumenoshima)에 갔다. 길게 뻗은 도로를 미친 듯이 달린 우리는 결국 바이크를 고장 냈고, 고장 난 바이크의 가스탱크에 불을 붙였다.
야만스럽게 웃는 후지사키의 얼굴은 내 즐거움과 흥분의 증거이기도 하다. 뷰파인더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나의 고함이며, 그를 찍는 행위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8월 28일 출간되는 본 사진집은 현재 슈퍼라보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 가능하며, 사전 예약자들에 한해 작가 서명본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자.
Bishin Jumonji 공식 웹사이트
Superlabo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Superla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