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일본의 폭발적인 경제 호황은 ‘버블경제’라는 말처럼 93년이 도래하자마자 무려 1,500조의 자산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이후 일본의 인구 고령화와 금융시장 부실, 디플레이션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무려 20년간의 장기불황을 맞게 되는데, 이와 함께 언제나 희망찼던 일본의 모습은 단번에 반전됐다.
버블경제 속에서 풍요로운 10대 시절을 보낸 뒤 침체한 일본 사회 속으로 던져진 무라카미 마사카즈(Masakazu Murakami)는 극단적으로 변한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그 깊숙한 절망을 가장 쉽게 포착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당시 도쿄시각예술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던 마사카즈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렌즈를 열어두고 셔터를 눌렀다. 그 사진 대부분의 결과물은 흑백으로 인화되어 ‘잃어버린 20년’간의 도쿄와 도시 거주자를 더욱 암울하고 어둡게 묘사한다. 어쩌면 지하로 내려간 뒤 지하로 이동해야 하는 지하철의 물성이 계속해 하향곡선을 그리는 일본의 경제, 그리고 가라앉은 국민의 마음과 일맥상통하지 않았을까.
지난 4월 무라카미 마사카즈는 일본의 출판사 로신 북스(Roshin Books)를 통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한 도쿄의 잃어버린 시간을 모아 ‘Subway Diary’라는 이름의 사진집을 발간했다. 일본 사진계의 한 축 모리야마 다이도(Daidō Moriyama)는 마사카즈가 촬영한 지하철의 모습에서 잭 케루악(Jean Louis Kerouac)의 흔적이 보인다는 말로 사진집에 관한 평을 요약했다. 마사카즈의 눈에 비친 도쿄 지하철을 감상해보자.
Masakazu Murakam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Roshin Books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Roshin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