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 효자동을 이끌며 한국 건축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건축가 서승모. 우리에게 익숙한 한남동 띠어리(Theory) 플래그십 스토어 입면, 현대카드 플라스틱 앤 바이닐(Plastic & Vinyl) 입면 또한 그의 작품이다. 그러한 그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재난과 치유’전의 일환으로 ‘소실선. 바다(Vanishing Line. Sea)’란 이름의 파빌리온(Pavilion)을 선보였다. 가설재와 조명으로만 이뤄진 이 작품은 실내와 실외를 관통하며 가로(통로)가 되기도, 그 자체의 조형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가 가설재를 이용한 파빌리온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한 ‘가설·가설·가설(Hypothesis Scaffolding Street)’에서도 선보인 바. 파빌리온은 ‘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출처: 우리말샘)’로, 건축가들은 파빌리온을 통해 자신의 건축론을 선언하기도 하고 건축 공간의 실험장이 되기도 한다. 서승모 건축가는 2018년에는 모듈의 가변성과 미완의 변주를 강조했고, 이번 작품에는 이를 바탕한 ‘단절과 연결’을 실험했다. 두 작품 공통적으로 가변적인 수평 축들이 혼재된 가로 공간에 대한 조형적 고찰이 돋보인다.
허나 건축은 이성보다 직관으로 극적인 경험이 가능한 영역이다. 모르면 모를수록 좋다. 그렇기에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국립현대미술관 중정에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디제이/프로듀서 아무(AMU)의 EP 앨범 [Era]를 청취하며 작품을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이를 통해 비일상적인 경험과 감정을 경험할 수 있을 터. 작품이 지닌 거친 느낌은 청각적 자극을 통해 더욱 고조되며, 엄청난 어택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은 실제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공감각적인 경험은 건축이 낯선 이들에게 초현실적인 감동을 줄 것이다. 파빌리온이 주는 직관적인 감정과 인상에 집중해보며 서승모 건축가의 작품을 지금 확인해보자.
전시 정보
일시 | 2021년 5월 22일 ~ 2021년 8월 1일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미지 출처 | 사무소 효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