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여느 나라의 중심 도시가 그랬듯 미국 로스앤젤레스 역시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우며 지역의 멋을 더해갔다. 사진가 그레고리 보조르케스(Gregory Bojorquez)도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LA에 거주, 치카노 커뮤니티로 잘 알려진 보일 하이츠(Boyle Heights)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대학 입학 후 영화 수업을 듣던 그레고리는 자신의 동네인 보일 하이츠 속의 삶을 기록하기로 결심했고, 이후 주변 친구와 이웃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지역 토박이라는 장점 덕에 치카노나 갱단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고, 그 누구보다 그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었다.
갱단을 촬영하는 몇몇 포토그래퍼는 그들이 소지한 총을 꺼내 드는 것과 같은 폭력적인 연출을 원했지만, 그레고리는 외려 그런 것을 피하고, 가족과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말한다. 실제, 그의 사진집에서도 총을 든 치카노의 모습보다는 가족, 친구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이들이나,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이미 떠나보낸 이를 추모하는 사진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레고리 또한 멕시코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수차례 갱으로 오해받았고, 사진으로나마 멕시코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싶었다고. 그레고리의 사진은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큐레이팅한 루이뷔통(Louis Vuitton) 그룹 사진전 ‘COMING OF AGE’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방인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치카노 커뮤니티의 삶,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한 그레고리 보조르케스의 사진을 천천히 감상해보자.
이미지 출처 | Gregory Bojorqu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