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현대 서울’로 알려진 여의도 ‘Parc 1’이란 불멸의 유작을 남기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고(故)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1986년 영국 런던에 문을 연 로이드 빌딩(Lloyd’s Building)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그의 대표작을 넘어, 영국 현대 건축사의 대표작. 영국 로이드(Lloyd’s)의 사옥인 로이드 빌딩은 최신의 기술과 이미지를 강조하며 하이테크(High-Tech)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고딕 시대의 교회 건축 속 비례의 차용과 수직 이동을 통한 수직성을 강조한 내부는 현대 사회에서 우상화된 자본을 상징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 런던 중심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2013년 로이드 빌딩을 매입하며 실질적인 건물주가 된 중국 선전(Shenzhen)의 보험회사 핑안(Ping An)은 사무실의 용도를 변경할 방법을 검토하라 지시하며, 리처드 로저스의 설계 사무소인 ‘로저스 스터크 하버+파트너스(Rogers Stirk Harbour+Partners)’에 사옥을 호텔이나 행사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로이드 사의 탄력 근무제에 대응하기 위해 발표한 퇴거 계획 결정을 미룬 지 6개월 만에 나온 소식으로, 오는 2031년에 로이드 사의 임대가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짙은 구수함의 풍미를 지닌 들기름. 특히 참나물을 무칠 때 떨어뜨리는 몇 방울의 들기름은 미뢰에 극한의 효용을 선물하곤 한다. 하지만 자동차에 들기름을 주유한다면? 아님 크림빵에 들기름을 넣게 된다면? 모든 것을 잃은 슬픈 괴식이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과학 기술이 발전한 먼 미래에는 들기름으로 차가 움직일 수도 있으며, 들기름 넣은 크림빵은 괴식이 아닌 별미일 수 있는 법이다. 현대 건축사에 진한 풍미를 더 한 로이드 빌딩. 하이테크 건축의 정신이 빠진 허울 좋은 괴식으로 변모될지 새로운 별미로 성장할지 그 귀추를 계속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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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Rogers Stirk Harbour + Part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