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TV로 보던 해외 서커스 장면을 기억한다. 네모난 작은 상자에 온몸을 접고 들어가던 기인을 보며 ‘뼈가 부러지지는 않을까’, ‘저러다 죽지는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숨죽여 지켜봤었다. 곡예사가 기어코 성공한 뒤에는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힘이 죽 빠져나갔던 것 같다. 그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사진 프로젝트가 현재 세 명의 프랑스 아티스트에 의해 진행 중이다.
일명 ‘Cars and Bodies’라고 불리는 어처구니없는 이 프로젝트는 비디오그래퍼 Romain Dussaulx, 포토그래퍼 Yann Rabanier, 건축학도 Thomas Cestia에 의해 시작됐다. ‘Cars and Bodies’는 언뜻 보기엔 사진 편집 기술의 힘을 빌린 듯 보이지만 이것은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가할 인원을 모집하여 자동차 안에 전부 구겨 넣어(!) 완성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지인을 비롯해 약 120명의 참가자가 차 안에서 서커스를 펼쳤고 프로젝트의 포토그래퍼인 Yann Rabanier가 낡은 Shen Hao 4 X 5 카메라에 담았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몇 시간에 걸쳐 차 안에 구겨진 채로 버텼다. 신기하게도 프로젝트가 끝난 뒤로 서로 낯설어 하던 120명은 모두 친구가 됐다.
사진은 LA를 중심으로 베벌리 힐즈, 베니스 비치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텀블러를 통해 속속들이 공개되는 이 ‘Cars and Bodies’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멕시코, 홍콩, 두바이 등 세계를 오가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 대중교통까지 범위를 넓힐 생각이라고 한다. 멍청한 생각이 실제로 행해졌을 때 의외의 감동이 생겨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