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을 나누고, 행위의 결과로 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모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모든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홍석천과 같은 연예인들이 성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이제 한국도 제법 ‘쿨’해졌다고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퀴어 문화’는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다. 한발 더 나아가 이름보다는 번호, 개인보다는 단체가 우선시되는 빡빡한 군대 속에서, 이들은 보통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국방의 의무) 이상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지내거나 병역 거부와 같은 어려운 길을 걷기도 하지만,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쿨’해보이는 미국은 어떨까? 이러한 문제가 대선 공약으로 오르내리고(선택과 의무 사이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미국 내 성 소수자가 무사히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 장치가 마련된 것이 채 10년이 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한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진작가 빈센트 시아니(Vincet Cianni)는 ‘Gays In The Military’라는 프로젝트로 군대 안, 성 소수자를 조명했다. ‘Gays In The Military’는 이전까지 미디어에서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우려먹던 성적 판타지에서 탈피해 그들도 평범한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현역과 전역 장병을 막론하고 어느 부대에서 어느 소속으로 근무했었는지, 또한 어떠한 이유로 전역(강제 추방)했는지 모두 사진과 함께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작품 속에는 여성도 상당 수 등장해 눈길을 끌며, 사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어떻게 성 소수자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 이후 달라진 삶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직접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