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부터 일찍이 기계와 친했던 전위 예술가 백남준. 생전 그가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명명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새로운 전시가 열린다.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라는 타이틀의 전시는 현세대 미디어 아트 작가 9명(팀)의 작품 11점을 선보이며 코로나로 인해 멈춰있던 시간이 무력한 기다림이 아닌 재회를 그리는 준비의 시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작품 중 안규철 작가의 ‘야상곡 No. 20 / 대위법’은 독특한 구성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야상곡 20번” 연주를 끝내면 조율사가 피아노의 해머를 무작위로 빼버리는 것. 이는 매주 금, 토 오후 2시와 4시에 진행되며 누군가 매번 퍼포먼스를 보러 간다 하더라도 같은 연주를 들을 수는 없게 된다. 같은 공간에 같은 퍼포머가 등장하겠지만 시간은 흐르고 어떤 건반은 공기를 때리지 못한다. 연주는 종내 침묵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처럼 발칙하고 대담한 작품들이 메우는 공간은 본 전시관이 갖는 의미를 명확히 보여준다. 거북한 것을 사랑스럽게, 의심하지 않던 것을 낯설게 보여주며 새로운 시각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특정일에는 퍼포먼스 이벤트도 진행된다. 3월 11일 오후 3시에는 프로젝트 커뮤니티 찌찌뽕의 ‘원스텝’을, 3월 25일 오후 3시에는 언메이크랩의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을 볼 수 있으니 날짜를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11점이 너무 감질난다면 3월 말까지 제1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백남준의 보고서’를 함께 관람해도 좋겠다.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공식 웹사이트 하이퍼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공식 웹사이트
백남준아트센터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전시 정보
참여작가 | 김성환, 김희천, 노진아, 박선민, 박승원, 안규철, 언메이크랩, 업체eobchae × 류성실, 진시우
일시 | 2023년 3월 9일 ~ 2023년 6월 25일, 10am ~ 6pm
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이미지 출처 | 백남준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