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상 앞에 흰자를 보이며 서 있는 사람, 보드 옆에 줄지어 선 10명의 스케이터, 식칼을 든 채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람, 응급실에 실려가며 손가락 욕을 날리는 사람의 모습 등을 담은 이 사진들은 런던에 거주하는 사진작가이자 스케이터 제임스 에드슨(James Edson)이 25년간 포착한 스케이트 문화의 사진을 담은 사진집 ‘Rabbit Hole’의 일부다.
제임스 에드슨은 PWBC(Palace Wayward Boys Choir)라는 런던의 스케이트 크루의 창립자다. 사촌으로부터 바위같이 단단한 바퀴가 달린 70년대 보드를 선물받은 1988년부터 현재까지 쭉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는 그는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훨씬 전인 90년대 중반부터 ‘스케이트 미학’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와 가족들의 사적인 모습부터 담아보려 했지만, 모두가 카메라 앞에서 얼어붙은 탓에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대신 그는 포즈를 취하거나 연출된 바 없는 실제의 순간을 포착했다. 그렇기에 제임스 에드슨의 사진은 다큐멘터리적 성향을 띠며, 그 주변 인물들의 초상화가 주를 이룬다. ‘Rabbit Hole’은 제임스 에드슨이 그렇게 25년을 담아온 스케이터들의 삶이 온전히 묻어 사진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기록적인 의의뿐만 아니라 피사체와 정서적으로 호흡한 프로젝트 ‘Rabbit Hole’의 출시는 8월 3일 ICA에서 진행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고해 보자.
이미지 출처 │James Ed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