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6.0 컬렉션을 발매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AF)이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강준휘와의 협업 캠페인에 이어 또 한 번의 창의적인 캠페인을 공개했다. 넓게 펼쳐진 도화지 위에 등장한 무릎을 꿇고 엎드린 한 남성이 돌연 브레이크 댄스를 연상시키는 춤사위를 선보이더니 이내 파란색과 검은색의 곡선을 그려냈다.
대걸레 슬리퍼를 신고 잉크에 흠뻑 담가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이 남자는 아티스트 칸티(Kanti)로, 움직이는 몸, 특히 발을 드로잉 도구로 활용해 넓은 표면을 가로지르는 운동 에너지를 캔버스에 이식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힙합 댄스와 회화의 장르를 결합하는 칸티는 사실 2014년부터 브레이크 댄서로 활동해 온 프로 댄서다. 그보다 훨씬 전인 2008년 어머니가 무작정 등록한 댄스 학원에서 첫 춤의 길에 들어선 그는 어느 날 문득 연습실 바닥에 남겨진 의문의 선들, 그러니까 신발의 고무 밑창이 바닥에 짓눌리며 남긴 원형의 선들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이에 구타이(Gutai) 미술 협회의 1세대 멤버 시라가 카즈오(Kazuo Shiraga)의 회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액션 페인팅, 파비엔느 베르디에(Fabienne Verdier)의 서예 등에서 얻은 영감을 본인의 가장 큰 장기인 브레이크 댄스와 결합해 현재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 것. 처음에는 스펀지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를 발에 씌우며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쳤지만, 대걸레 슬리퍼만큼 효과적으로 붓의 역할을 하는 물품을 찾지 못했다고.
칸티의 곡선에는 어느 정도의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는데, 이를 탐구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 각각의 선에는 형태와 스텝의 수에 따라 ‘pretzel’, ‘babylove’, ‘compass’ 등의 이름이 붙어 있으며, 선을 그리기 위한 시작점과 종료 지점 또한 표기해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했다. 해당 패턴들을 눈에 익히다 보면 칸티의 작품이 어떤 패턴의 조합으로 구성됐는지도 알아볼 수 있는데, 이는 작품의 이름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례로 하단 첫 작품의 경우 ‘pretzel’, ‘reverse knee wrap’, ‘compass’, ‘spinning sweep’이 합쳐진 결과다.
브레이크 댄스와 회화를 결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댄서계의 잭슨 폴록, 칸티. 단순 명료하지만 인간 신체의 역동적 움직임을 편평한 종이 위로 잡아내는 그의 드로잉에는 분명 뜨거운 에너지가 흐른다. 그가 발끝으로 그려내는 과감한 곡선만큼이나 시원하게 뻗어나갈 그의 미래를 주목해 봐도 좋을 것(칸티가 언급했던 대걸레 슬리퍼도 첨부하니 참고해 봐도 좋을 것).
이미지 출처 | Kanti, Fred Lat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