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묶인 채 상자 안에 갇힌 천사, 이탈리아 조각가 Daniele Accossato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저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따르면 과거 종교적 수단이었던 예술작품의 제의적 가치는 자연 과학이 발전하면서 퇴색되었다. 이를 둘러싸고 있는 원본의 고유한 분위기인, ‘아우라’ 역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미미해졌는데, 그렇다면 동시대의 예술적 가치는 과연 어떻게 변모했을까?

이탈리아의 조각가 다니엘레 아코사토(Daniele Accossato)는 천사 또는 예수와 같은 종교 또는 신화적 상징을 가진 조각상의 손발을 묶어 나무로 제작된 택배 상자 안에 넣었다. 해당 작품 시리즈인 ‘Box’와 ‘Cage’ 시리즈는 가히 신성모독으로도 볼 법하나, 좁은 상자 안에 감금되어 발송 준비를 마친 작품은 현 자본주의 시대 속 예술의 가치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운반용 상자 안에 조각상이 담기는 순간 예술 작품은 하나의 상품이 된다. 한 마디로 누군가에게 팔렸다는 것. 작품은 곧 발송되고, 운반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 재판매되고 다시 운반될 것이다. 이렇게 작품은 신성한 차원(아우라)을 잃고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제품성을 얻는다.

수많은 예술 작품이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것이 지닌 개념이나 의미보단 금전적인 측면이 더 대두되고 있는 것. 다니엘 아코사토는 이를 둘러싼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작품으로 전달했다. 거룩한 종교의 상징도 아니며 작품의 유일성도 스러진 지금, 예술은 어떻게 숭고함을 되찾아야 할까.

Daniele Accossato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ㅣ Daniele Accoss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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