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학교 교수 황우석을 기억하는가. 전 국민에게 ‘줄기세포’라는 단어를 인식하게 한 희대의 인물 황우석은 2000년대 초, 줄기세포 복제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머지않아 추악한 진실이 밝혀져 정부, 언론, 기업, 국민의 응원과 기대를 순식간에 배반한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류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그러나 분명 큰 위험을 동반한 마치 금단의 기술처럼 느껴지는 ‘줄기세포’는 잠시 세계를 들썩이게 한 황우석의 사기 행각과 관계없이 지금도 전 세계 과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아티스트 듀오, 산티시미(Santissimi)가 만든 일련의 극사실주의 조각은 마치 미래의 줄기세포 연구실을 보는 듯하다. 신체 일부를 조합해 하나의 상징으로 활용한 듯한 작품들은 인간도 동물도 아닌 생명체로 존재한다. 한 인간을 여러 등분한 실리콘 조각은 데이미언 허스트를 대표하는 수조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기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지만, 어딘지 다가가기 어렵다. 인간의 신체를 활용한 작업으로 산티시미는 과연 무얼 말하려는 걸까?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들의 조각을 직접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