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가족이 있지만, 이 일본 가족의 애틋하고도 슬픈 이야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일본의 사진작가 요시다 아키히토(Akihito Yoshida)는 2011년 미야자키 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사촌을 방문했다. 90년생 사촌은 날 때부터 할머니와 지내왔고, 성인이 되어서도 한 집에서 할머니를 돌보며 오랜 시간을 단둘이 보내왔다. 그는 요시다에게 지금까지 할머니가 날 보살펴 줬기에 이제는 늙어버린 그녀를 죽을 때까지 보살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고, 실제로 할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할머니와 손자보다는 친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 다정한 관계에 요시다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이후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이 가족을 방문해 사진을 찍으며, 할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슈퍼마켓에서 손을 잡고 장을 보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목욕을 도와주는 모습 등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흑백 사진이 되어 따뜻한 분위기를 가득 담아낸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일상은 오래지 않아 무너졌다. 2014년, 사촌이 돌연 잠적해버린 것이다. 매일 같이 그를 기다리던 할머니는 일 년 뒤 사촌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인은 자살,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자살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아름다운 이야기의 비극적 결말, 손자가 죽은 지 딱 1년 뒤 할머니 역시 그를 뒤따르듯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요시다는 이 사진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내적갈등을 겪었지만,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즐겼던 두 사람을 떠올리며 세상에 이 울림을 공유하기로 했다. 그 기록물을 모아 올해 “Falling Leaves”라는 제목으로 사진집을 발간, 두 사람의 나이를 더한 111부만을 찍어냈다. 이와 함께 오는 5월 14일, 교토에서 열리는 국제 사진 축제 ‘KyotoGraphie’에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의 말미엔 사촌이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남긴 말이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