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부터 7월 11일까지 살롱 아터테인에서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라는 이름의 초대전을 마친 조현선 작가의 일부 작품을 소개한다. 그녀는 하나의 작품이 시작에서부터 완성되기까지,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그것이 그림이 되는 과정을 일련의 그림으로 선보였다. 조현선이 그리는 추상 회화는 일상의 색과 선, 모양, 의도적인 불규칙함이 모여들어 일상의 단편을 드러낸다. 그날의 일시적인 감정, 하루를 마치는 일기에 덧붙이는 ‘맑음’과 같은 날씨일 수도 있는, 왠지 따분한 마음에 선하나 찍 그어버리는 짓궂은 장난 같은 것. 그러나 그 툭 튀어나온 감정의 색에 매료되어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다음은 작가의 말이다.
<친밀한 거리 Intimate Distance>에서는 작업의 시작에서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선보인다. 작업의 시작이 되는 드로잉, 컷아웃 모양부터 작은 그림들, 그리고 제스쳐와 모양들을 여러 번 겹쳐 그린 큰 그림까지, 작업의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진행되기까지의 선택들을 전시한다. 작업실 안팎에서 본 하나의 순간이 하나의 붓자국, 하나의 마크(mark), 그리고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형태들을 무작위적으로 중첩시켜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하고, 금방 사라질 기억을 가장 가벼운 방식으로 그림 안에 구성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시각 경험들과 기억들을 색과 모양으로 변형시켜 캔버스 위에 의도적으로 불규칙하게 흩어 놓는다고 말하는 편이 좋겠다. 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렸는가 무언가를 재현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혹은 작업의 출발선에 대한 문제보다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그림에서 무엇이 되었는가이다. 색, 모양, 하나의 제스쳐가 마크가 되어 새로운 시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회화라는 틀 안에서 그리기와 매체에 주목하여 색, 모양, 붓자국, 제스쳐, 하드엣지 같은 요소들을 조합한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한다. 습작 같은, 불완전한, 단순한, 장난스러운, 잡다한, 얇팍한, 사소한, 덧없는, 그러나 나에게는 의미있고 중요한 매일의 시도를 드러내고 싶다. 사소하고 일시적이고 덧없는 것들이 의미를 획득할 때까지 반복하여 그리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요즘이다. <친밀한 거리>는 가깝지만 물리적으로 결코 완벽히 밀착될 수는 없는, 나와 작업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정도의 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