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에서 라스벳(Paccbet)까지, 이 두 브랜드가 일으키고 있는 영향력은 지금껏 하위문화의 변두리 지역으로 치부했던 러시아에 상상 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독특한 글자와 어딘가 쓸쓸한 도시의 분위기는 패션 브랜드를 넘어 그 본거지 자체를 흥미롭게 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이다. 허나, 러시아의 스케이터이자 포토그래퍼 페트르 바라바카(Petr Barabakaa)는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지금의 러시아를 바라본다.
오랜 시간 러시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탄 페트르 바라바카는 러시아 스케이트보드 신(Scene)의 태동을 몸소 겪고 지켜봐 왔다. 패션 브랜드와 함께 떠오른 러시아 하위문화의 거품보다는 그 아래 침전한 포스트 소비에트의 그림자에 주목하며, 이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을 통해 러시아의 지금에 관해 이야기한다. 찢겨나간 소비에트 연방, 그 해체의 상흔은 러시아 국민에게서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는데, 어둡고 껄끄러운 밑바닥에 렌즈를 돌린 페트르 바라바카의 사진은 그 한 장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몰락한 러시아 마피아와 탱크를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아이들, 한낮임에도 술에 절어있는 러시아인, 아무렇게나 버려둔 폐가 등을 흑백사진으로 남긴 페트르 바라바카의 사진은 러시아 패션 브랜드 룩북의 활기와는 또 다른 장면으로 우리의 인식을 다시 한번 뒤집는다. 천천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