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Jacksonville, Florida)에 자리한 18층짜리 건물 벽에 지난 연말, 일주일간 거대한 영상이 띄워졌다. 손가락 마디가 굵은 지저분한 손, 성냥 불을 피우는 손, 떨리는 손 등 이 흑백 영상은 인간의 손에 주목한다. 미국 도시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생활하는지 놀라곤 했을 텐데, 이 프로젝트는 ‘Chop’em Down Films’와 비주얼 아티스트 ‘Faith 47’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잭슨빌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노숙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손을 촬영한 것이다.
교육과 위생, 의료 등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모든 것들로부터 한발 물러선 이들의 목소리를 조명하면서 작가는 ‘공감(Empathy)’과 ‘인간성(Humanity)’을 해당 작업의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영상의 손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고, 무의식적인 손의 동작과 미묘한 제스쳐는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손을 들여다보는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을 훔쳐보는 일 같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