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46년생 사진작가 브루스 길든(Bruce Gilden)은 길거리에서 인물 사진을 기습적으로 촬영하는 기행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러시아의 변방 지역 예카테린부르크(Yekaterinburg)를 찾았다. 인물을 주로 촬영하는 길든이 지구 반대편의 러시아 시골에서 무엇을 했는고 하니, 선량한 사람은 피해 다녀야 마땅한 한 갱스터(gangster) 밀집 마을에 16일간 머물며 진짜배기 혹은 예비 범죄자 주민의 인물 사진을 잔뜩 찍어온 것이었다.
사진집의 이름 역시 ‘무법자들(Tough guys)’. 아니나 다를까 그 동네의 인구 구성은 범죄자, 마약 중독자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회 저변의 인간 군상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작가가 택한 전략은 극히 간단했다. 보드카와 음식을 제공하는 것. 이를 통해 외부인을 경계하는 동네 주민의 환심을 샀으며 각종 가족 단위 행사에 참석해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16일간의 갱스터 마을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썩어가는 환경에서 보드카와 폭력을 일상의 원동력 삼아 살아간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마을의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의 두 배 남짓이라는 것. 그래서 범죄자, 약물쟁이 구분 없이 여성에게 인기 만점이란다. 평소 이성의 관심을 갈구하고 넘쳐나는 힘을 주체 못 하는 남성 독자가 있다면 예카테린부르크의 갱스터 마을행 티켓을 구매하자. 책임은 지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