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작은 동네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내리던 눈이 어느샌가 바닥에 소복이 쌓이기 시작하고, 항상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놀이터가 한적하다. 주인을 잃은 놀이터가 괜스레 쓸쓸해 보이지만 바로 이런 날 놀이터는 동화 속 얼음 왕국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사진작가 캐린 세베나우(Carine Thevenau)는 시간마저 얼어버린 듯 추운 겨울, 놀이터의 마법 같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우리의 동심을 자극하는 이 사진들은 사실 슬픈 뒷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놀이터가 이렇게 한산한 이유가 다름 아닌 일본의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때문이라는 것. 시골 마을에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놀이터 역시 한산해진 것이다.
한국 역시 출산율 하락과 더불어 지나친 사교육 열풍, 놀이터 안전성 논란 등의 이유로 예전처럼 놀이터가 붐비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캐린의 사진들이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한때 동네 아이들의 왕국이었던 놀이터가 쓸쓸히 버려진 모습은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캐린과 에디션스 에디지오니(Editions Edizioni)는 현재까지 촬영된 사진들을 엮어 ‘시즈널 어밴던먼트 오브 이매지너리 월드(Seasonal Abandonment of Imaginary Worlds)’라는 사진집을 발간했다. 캐린의 작품에 마음이 끌렸다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