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불철주야 근로에 매진한 한국 어르신들에게 예술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풍경이나 인물을 그럴싸하게 그린 유화라는 등식이 성립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국내 방방곡곡에 자리한 미술 학원 선생님들이 개인 작업실에서 고상하게 그려놓은 해바라기 유화와 같은 이미지가 미술과 큰 관련 없이 살아온 우리 같은 이들에게는 어떤 그림의 공식처럼 다가올 수도 있겠다.
사실 ‘현대미술’이나 ‘동시대미술’ 같은 진땀 나는 단어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회화를 포함한 미술은 수많은 사조를 거치며 단순히 ‘미술’이라고 통칭하기엔 너무나도 복잡다단한 형태의 예술로 변화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주의나 인상주의에 기반을 두고 뛰어난 표현력으로 그려낸 회화 한 점은 2018년인 지금에도 감상자에게 저마다의 울림을 전달한다. 여기서 소개할 제러미 만(Jeremy Mann)의 그림은 장마철, 정서를 환기하는 기분 좋은 한 폭의 유화로 다가올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러미 만은 1979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작가에 속한다. 그는 인물과 풍경 모두 멋지게 그리지만 도시풍경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나이프로 쓱쓱 밀어내고 잉크의 얼룩 등 유화의 요소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작가의 전매특허. 동이 트고 다시 지는 사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시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제러미 만의 유화는 회화에 매진하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촉매가 될 것이다. 직접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