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전 북송선을 타고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건넌 화가 조양규 회고전

1960년, 일본 니가타에서 북송선을 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화가 조양규 회고전, ‘조양규 탄생90주년 기념전’이 지난달 19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하정웅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일본 히노 갤러리 등에서 수집한 것으로 일본과 대한민국을 통틀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회화 전체를 아우른다. 회화 15점과 아카이브 자료 50여 점을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이어진다.

192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조양규는 1948년 제주 4·8 사건에 연루되어 쫓기듯 일본으로 밀항했고, 그 뒤로 도쿄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교육과정을 밟으며 화가로 성장했다. 그는 일본 조선소와 항구에서 창고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며 산업화된 도시의 모순을 도시 풍경 연작이나 맨홀, 얼굴의 형체가 일그러진 노동자의 군상 등으로 드러냈다. 초기작 ‘31번 창고’나 이후 ‘밀폐된 창고’에서 느낄 수 있듯, 그는 노동자의 외양을 일그러진 형태로 그려 비정상적인 노동 행태와 사회를 상징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던 1960년 10월, 조양규는 일본에서의 짧은 활동을 끝내고 갑작스레 북송선을 타고 월북했다. 재일 교포로 떠돌던 이방인의 감정, 자신의 나라와 고향을 그리지 못하는 설움, 반체제 인사였던 탓에 남한을 택할 수 없었던 그의 고뇌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결정이었다.  조양규는 북송선을 타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조선의 풍경도 조선인의 풍모와 거동도 기억과 상상을 통해서 밖에 알 수 없는 게 내게는 답답한 일이다. 북조선에서는 도구도 표현도 일본보다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공중에 매달린 듯 어중간한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 조국의 현실 속에서 싸우고 싶다”. 북송한 뒤로 그의 행적은 묘연했고, 작품 활동이나 생사도 밝혀지지 않았다.

광주시립미술관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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